쓰기학습의 원칙 (2): 정확성의 덫에서 벗어나기

“이렇게 쓰면 되나요?”

영작문을 가르치면 가장 빈번히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자기가 고른 단어가, 써낸 문장이 올바르냐고 묻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의 풍부함이나 글의 느낌, 논지의 명료함, 재미, 나아가 감동에 관해 묻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지요.

정확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흠없이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단어 하나 쓰고 멈추고 문장 하나 쓰고를 멈추고를 반복하는 일은 쓰기학습의 가장 큰 적입니다. 사실 세상에 자기 글에 진짜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건 모국어로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조금씩 나아질 뿐입니다.

영어로 글을 쓸 때 정확성(accuracy)이나 완벽함을 목표로 두지 말아야 합니다. 글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구조물로 생각하기 보다는 썼다가 무너뜨릴 수도 있고 엄청난 규모로 키울 수도 있는 모래성으로 보는 게 낫습니다. 바닷가의 모든 모래가 자신의 것인양 기쁜 어린아이처럼 글을 대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뜨리고 다시 쌓으면 됩니다. 이 세상 모든 단어가 글쓴이에게 주어져 있으니까요. 그것도 거저 말이죠.

학생들은 또한 ‘네이티브처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종종 합니다. 그럼 원어민이라고 해서 글을 다 잘 쓸까요? 당연히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지 상관 없이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작업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원어민이 비원어민보다 좀더 쉽게 쓴다는 점은 분명합니다만, 이것이 결코 영어 원어민의 우월함을 뜻하진 않습니다. 영어 원어민이 우리보다 영어글을 편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한국어 글쓰기가 더 편한 이유와 동일합니다.

이 책의 독자 대부분은 한국어 모국어 화자이실 겁니다. 그간 한국에서 살아오며 한국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쓴 양을 생각해 봅시다.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매일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기타 소셜미디어에 타이핑하는 텍스트만으로도 한국어 사용량은 엄청납니다. 이점을 생각한다면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운 학습자가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쉽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몇 년 공부한 영작문 실력으로 수십 년 간 영어를 모국어로 쓴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한 욕심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어민 간에도 글쓰기 실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네이티브처럼 쓰고 싶다’는 말에 큰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한 영역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비원어민이 대개의 원어민들 보다 훨씬 나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타겟을 명확히 하고 집중 공략한다면 충분히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관련지식을 깊게 이해하며, 이를 수시로 글로 발전시키는 훈련을 하면 됩니다. 내용과 깊이를 갖춤으로써 더욱 가치있는 글을 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영작문 공부에서 완벽함이라는 가치는 환상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글은 미완성입니다. 그러니 완벽하게 쓰겠다는 꿈은 접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도 못하는 거니까요. 대신에 계속 쓰려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꾸준히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글을 쓰게 됩니다. 세계적인 신문 잡지에 실리는 글만이 좋은 글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마음을 전하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그런 글을 쓰시면 됩니다.

글쓰기에 완벽한 정답은 없습니다. 목적이 같다고 해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언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에겐 각자만의 문체와 향기가 있습니다. 기자들 또한 같은 소재로 논설을 쓴다 해도 스타일과 전개방식이 달라집니다. 심지어는 동일한 저자의 글도 생애 중 어떤 시기에 썼느냐에 따라 느낌과 형식이 사뭇 다릅니다.

참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유독 영어에 대해서는 “뭔가 네이티브들이 쓰는 정답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패턴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여러분이 의미를 만들고 여러분이 구조를 결정합니다. 네이티브의 도움도 글쓰는 이가 말하려는 바를 확실히 알 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기는 외길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쓰기는 온 세상을 유랑(流浪)합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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