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영어수업: 인생과 영어를 함께 가르치기

Posted by on Nov 23, 2018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집필 | No Comments

삶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어떠해야 할지 궁리합니다. 여러 가지 모양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영어를 인생과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동사 “love의 과거는 loved”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I love you.”와 “I loved you” 사이의 심연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과 지나간 사랑을 반추하는 일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시제와 함께 달라져 버린 “I”와 “you”에 대해, “I”와 “you”가 만들어 낸 ‘love’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는 “dog”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 모든 개를 dog으로 부를 수 있는 인간의 개념화 능력과, 서로 다른 개들을 그저 dog이라 부르는 데서 발생하는 상징적 폭력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함에 있어 범주(category)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음이 얼마나 놀라운지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때 놓치게 되는 개별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Dog”이라는 말을 통해 세상의 모든 개들을 한번에 불러오는 마법에 놀라면서도, “dog”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지는 강아지 하나하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형태와 의미를 묶고 삶에 접붙여 가르치고 싶습니다. 언어를 배움은 단지 단지 해석을 할 줄 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말은 각각의 역동성과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작디 작은 변화도 삶의 경험들과 만나 충돌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BE동사”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첫 문장은 사람이름 + BE 동사로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Matthew Paige “Matt” Damon (/ˈdeɪmən/; born October 8, 1970) is an American actor, film producer and screenwriter.” 같은 식입니다. 맷 데이먼은 아직 생존해 있기에 be동사의 시제가 현재(is)입니다.

하지만 고인이 된 경우 시제가 달라집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George Michael의 페이지는 “Georgios Kyriacos Panayiotou (25 June 1963 – 25 December 2016), known professionally as George Michael, wa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 who rose to fame as a member of the music duo Wham!”으로, John Berger는 “John Peter Berger (5 November 1926 – 2 January 2017) wa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로 소개됩니다.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과거형 WAS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BE동사가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들의 맘 속에서 그들은 언제까지나 현재형입니다. “George Michael i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이고, “John Peter Berger i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인 것입니다.

존재’했던’ 것들은 언제까지나 존재’합니다’. 죽음과 삶은 그렇게 엮여 있습니다.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것은 기억입니다. 기억과 기억을 연결해 주는 것은 만남입니다. 죽음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것은 기록입니다. 살아있는 이들을 무엇보다 강하게 연결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함께 죽어가고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지금, 여기, 우리입니다. 그렇게 엮여 있는 우린 앞으로 또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BE(존재) 동사는 현재와 과거, 미래로 자신을 확장합니다. 우리 삶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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