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는 한몸입니다

언어와 문화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습니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고, 언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녹아든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어라는 말 속에 영미권의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담겨있지요. 언어 속의 문화를 탐구하며 영어를 공부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특정 표현의 유래를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s mad as a hatter’라는 표현을 봅시다. “Hatter”는 모자를 만드는 사람을 말합니다. 처음 이 표현을 보았을 때 ‘hatter’와 ‘mad’가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요. 찾아보니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18세기와 19세기 영국에서는 펠트(felt, 양털이나 다른 짐승의 털에 습기와 열, 압력을 가하여 만든 천)로 모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펠트의 생산을 위해서는 수은이 사용되었고, 오랜 시간 모자 생산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 중 일부는 수은 중독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as mad as a hatter’은 ‘미친(crazy)’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Turkeys voting for Christmas”라는 숙어도 재미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칠면조가 크리스마스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뜻인데요. 투표 등의 정치행위에서 자살과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영국에서는 1573년 경부터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칠면조들이 크리스마스에 찬성하는 표를 던진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겠지요. 이처럼 특정한 숙어를 만났을 때 그 유래를 따라가 보면 언어와 문화가 유기적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English idioms and origins”로 검색하시면 보다 다양한 영숙어의 유래를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둘째, 영어 메타포를 익히는 것입니다. 흔히 메타포는 말 다채롭게 꾸미는 장신구로 인식되지만, 단지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포 속에 한 사회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스포츠 비유입니다. 일례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야구에서 나온 메타포로 “covering all bases”가 있습니다. 경기에서는 모든 베이스를 커버한다는 의미이지만 일상생활에 쓰면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We’ve got all bases covered.”라고 하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가 되지요. 야구나 미식축구 메타포가 미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듯 아이스하키 메타포는 캐나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요소입니다.

스포츠 메타포 이외에 동물 메타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에서 “animal metaphors”나 “sports metaphors”를 검색하시면 다양한 메타포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Bird metaphors”, “dog metaphors”, 혹은 “baseball metaphors”, “football metaphors”와 같이 좀더 세밀한 키워드를 사용한 검색도 가능합니다.

세번째는 영어 속담을 익히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뉘앙스는 살짝 다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우리말에 해당하는 영어 속담으로는 “If you can’t beat ’em, join ’em.”이 있습니다. Beat은 ‘이기다, 물리치다, 패배시키다’라는 의미이고, join은 ‘-에 끼다. -에 합류하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m”은 ‘them’의 줄임말이지요. 따라서 직역하면 “물리칠 수 없다면 그 편에 끼어라.”가 됩니다.

저는 이것을 살짝 비틀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Even though you can’t beat ’em, never lose your identity.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고 해도 너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는 말아라.)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해서 그들과 같이 될 필요는 없다는 뜻을 담은 문장입니다.

다음으로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입니다. Absence는 ‘없음. 결석’, fonder는 ’fond(좋아하는)’의 비교급이지요. Value는 동사로 ‘소중하게 여기다’ 정도의 뜻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없을 때 그 사람을 더욱 좋아하게 된다”는 의미가 되죠. 평소에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이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사라져 오래 못보게 되었을 때 문득 보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고, 같은 팀에서 늘 웃어주던 옆 직원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을 때 아쉬운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라는 속담을 쓸 수 있겠습니다.

검색엔진에서 “English proverbs list”를 검색하시면 영어 속담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들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속담을 통해 영미문화에 담긴 사고방식을 익혀보고 이를 각자의 삶에 적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네 번째는 한국어와 영어간 차이를 부각해서 보는 연습입니다. 문화간 차이를 음미하면서 영어를 공부해 보는 것입니다. 한국어와 영어가 세계를 어떻게 묘사하고 설명하는지 비교, 대조해 보는 방식이지요.

우리말에서는 “엎지러진 물”이라고 하지만 영어속담에서는 “There’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라고 합니다. 엎지러진 ‘우유’인 것입니다. 이런 구문을 발견하면 ‘한국어에서는 물인데 영어에서는 우유군’이라고 스스로에게 비교, 설명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바늘귀’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the eye of a needle”입니다. 직역하면 ‘바늘눈’ 쯤 되겠네요. 우리 속담에서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먹을 것의 크기를 비교하지만 영어에서는 정원의 잔디 때깔을 비교하지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를 영어로 하면 “Empty bottles make the most sound.”가 됩니다. 한국어에서는 수레인데 영어에서는 병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표현들도 있지만 비슷해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천문학적이다”라는 표현을 쓸 때 영어로도 ‘astronomical’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조감도”도 ‘a bird’s-eye view’로 표현합니다. 모두 상당히 유사한 표현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해마다 선정되는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옥스포드 사전은 2018년의 단어로 “toxic’을 선정했습니다. ‘독성을 지닌, (매우) 해로운’ 정도의 뜻을 지닌 이 단어는 ‘chemical’(화학물)이나 ‘environment’(환경)과 같은 물리적 개체 뿐 아니라 ‘relationship(관계)’나 ‘culture’(문화)와 같은 사회적 개념과 함께 자주 쓰였습니다. 사용빈도가 빠르게 증가했고 문화적 현상을 기술하는 데 있어 오랜 기간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선정의 주요 이유였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post-truth’(탈진실)이, 2013년에는 ‘selfie’(셀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해마다 선정되는 단어를 보면 그 해를 관통하는 사회적 현상과 문화 트렌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검색엔진에 “Oxford words of the year”나 “Merriam-Webster’s words of the year”를 입력하시면 옥스포드 사전과 메리엄 웹스터 사전이 선정한 단어를 볼 수 있고, 영문 위키피디아의 “Word of the year” 페이지에서 다른 기관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유기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표현의 유래 살피기, 다양한 메타포 익히기, 영어속담을 익히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기, 영어와 한국어의 표현방식을 비교하고 대조하기, 매년 선정되는 “올해의 단어” 살펴보기를 제안드렸습니다.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익히는 일은 언어에 문화적, 역사적 결을 더하는 일입니다. 보다 깊은 언어학습을 위해 이들 공부법을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Photo by John Michael Thom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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