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문장에 대한 착각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머릿속에서는 할 말이 분명한데 이걸 문장으로 풀어놓으면 엉망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 번째는 생각과 쓰기의 존재양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생각은 문장만이 아니라 온갖 재료들로 구성된다. 그것은 기억과 경험의 총체 중 일부로, 뉴런들의 다차원적이며 비선형적(non-linear) 연결패턴으로 존재한다. 이에 비해 문장은 하나의 선을 따라 진행하는(linear) 자모와 단어의 연결패턴으로 존재한다. 머릿속 생각과 쓰여진 문장은 분명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전혀 다른 양태로 존재한다. 생각은 외화(externalize)되면서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각이 분명하다’는 착각이다. 분명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저 할말이 있다는 것, 할 말의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분명한 생각’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명한 생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나, ‘확실히 할 말이 있다’는 확신이나, ‘나에게도 생각이라는 게 있어’라는 자존심을 ‘분명한 생각’과 등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은가?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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