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의 실체

“작가정신”은 작품의 완결성에 대한 고집으로 보이지만 이를 지탱하는 것은 돈과 생산성의 압박에 대한 저항일지 모른다. 단어 하나 하나에 서려 있는 인내와 고통, 생활고와 고독의 흔적일지 모른다. 때로 완성된 글보다 굴하지 않고 써내려갔을 시간이, 그 과정을 이겨낸 작가와 이를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이, 본문보다 감사의 글이 더 뭉클한 이유다.

그런 면에서 ‘OO일 안에 책 한권 쓰기”와 같은 강좌는 양날의 검이다. 긴 글을 기획하고 완성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는 취지야 뭐라 할 수 없겠으나, 일정을 못박고 완성으로 달려가는 출판 프로젝트에서 ‘책’만 남고 ‘쓰기’가 탈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쓰기를 ‘커리어 쌓기에 있어 최적의 전략’으로 광고하는 걸 본 적도 있으니 이런 생각이 단지 ‘꼰대 마인드’만은 아닐 것 같다.

쓰기가 수단이 되고 기능이 되고 스펙이 되는 걸 막을 길은 없다. 하지만 ‘수단, 기능, 스펙’이 모든 것이 되어버린 쓰기공부는 의심스럽다. 리터러시의 세계는 상품의 시장보다는 자연생태계였으면 한다. 생태계 안에서 시장은 흥망성쇠를 거치지만 시장은 생태계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을위한리터러시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