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로서의 권위 그리고 오케스트라

‘~인 것 같아요’, ‘~인 듯합니다’ 등에 대한 단상 (재원님과의 대화 중에서 갈무리 + 덧댐)

조금 다른 현상이긴 하지만 작문과제를 할 때 “I think” “I feel” “I believe” 등의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습관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텍스트에 대해 갖는 권위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과의 거리를 두려는 전략이라고 봅니다. ‘~입니다’ ‘~합니다’와 같은 말투의 사용은 상대방의 인지적, 정서적 영역에 ‘훅~’ 하고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무의식의 발로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자신이 있고 그에 대한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돌아가지 않고 직선적인 화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어 화자들이 영어를 사용해서 글을 쓸 때는 이 문제가 더 심하게 불거져 나온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때로 학생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I”와 같은 대명사의 사용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자신이 텍스트에 대해 갖는 권위를 떨어뜨립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개인 안에 가둬놓기 때문입니다.

자기 목소리를 갖는 전혀 다른 방식을 배우는 것이 학술적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지휘자가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듯, 저자는 “I”와 “나”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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