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과 교권

과학자들은 가장 심각한 오류의 예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경우를 들곤 한다. 특정 문법구조는 이러한 오류를 은밀히 조장한다. 예를 들어 한 기사의 다음 문장을 보자.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학생 인권은 강조되는 사이 교권은 추락하고 있다.”

이 문장은 “A하는 사이 B하고 있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단지 이 둘을 동시간대에 발생하는 사건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A가 B를 일으켰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까마귀가 날아간 것 때문에 배가 떨어졌다고 단정하듯 말이다.

게다가 이 기사의 제목은 “인권 강조하니 학생지도 엄두도 못내…”교권 강화 절실””이다. 이쯤 되면 A와 B의 인과관계를 세뇌하려는 시도같기도 하다. 반복의 힘은 세다. 귀에 못이 박히게 오비이락 소리를 들으면 배가 떨어질 때마다 까마귀를 범인으로 몰게 된다.

학생인권이 강조되면 교권이 추락하는 것인가?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학생의 인권이 더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고, 과정상 부족한 점들은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교사의 권리도 마찬가지다. 이 둘이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지혜를 구해야 할 일이지 “학생들 인권 챙겨주다 보니 교사들이 일을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사들이 위축되고 자신들의 권리가 실추되었다고 느끼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 그중 일부는 학생인권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을 조망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의 기사를 써야 한다. 학생인권을 ‘범인’으로 모는 기사 말고.

#삶을위한리터러시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18&aid=0004295414&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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