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고의 유연성 혹은 무감각

1. 메타포를 살피다 보면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유연한 지를 알 수 있다. 어떤 두 대상을 병치시켜 메타포로 엮는 순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 두 대상 사이의 유사점을 곧바로 찾아내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가 유연하다는 게 가끔 황당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가이아 부동산” 을 봤을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가이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2. 내가 제일 황당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고기집에 소나 돼지 혹은 닭을 의인화시켜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게 하거나, 심지어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게 하는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간판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아 저기 소고기 파는 집이구나.” 이러고 넘어가니까. 사실 그 가게에 등장하는 건 미소짓는 소나 돼지가 아니라 그들의 ‘시체’인데 말이다.

이 경우 소와 돼지 이미지는 그 가게에서 무엇을 파는지를 표현해 주고 있고, 행복한 미소는 사람들의 표정을 그 이미지 안에 중첩시킨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거 같다. 인간 사고의 유연성 — 혹은 무감각함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3. “Armed to the teeth”는 직역하면 “이빨까지 무장한”이라는 뜻. 이건 아닌 것 같아 사전을 찾아보니 “If people are armed to the teeth, they have lots of weapons.”이란다. 즉, 이빨까지 무장했다는 말은 엄청나게 많은 무기로 무장했다는 뜻이 된다.

사실 이 표현을 보는 순간 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손이나 팔을 무는 영화 속 장면들이 생각났다. 인간이 최악의 궁지에 몰릴 때 이빨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거 같아서 말이다.

재미난 것은 dressed to the teeth 이라는 표현도 있다는 것. 옷을 쫙 빼입었을 때 이 표현을 쓴다. 이 외에도 “get one’s teeth into something”라고 하면 “~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라는 뜻이 된다.

4. Dream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pipe dream 이라는 게 있다. 근거가 없고 허황된 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pipe 일까?

일설에 의하면 아편을 빨아들일 때 쓰는 파이프에서 왔다고 한다. 환각 상태에서 느끼는 꿈. 실재하지 않는 꿈. 그래서 pipe dream 이라고 한다.

5. “By the way”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길 옆에”라는 의미가 된다. 가던 길 말고 옆길이라는 말이다. 대화에 빗대어 보면 가던 길에서 비껴나 옆길로 가자, 즉 화제를 바꾸자는 뜻이 된다. 그래서 “그런데”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길과 말은 닿아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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