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의 사회학

“사장님, 길좀 여쭐게요.”

호칭 관련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서로를 부르는 방식입니다.

우선 ‘~님’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무난할 듯합니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특정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위계적 관계를 함의하지 않으면서 예의를 갖춰 부를 일이 많으니 ‘~님”만큼 적절한 호칭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외에 “O박사님”, “O교수님”, “O원장님”, “O변호사님”, “O대표님” 등의 호칭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런 호칭은 심심찮게 사용되는 듯합니다. 이렇게 불러야 할 때도 있고, 평소에도 이 호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뿐이죠.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호칭의 경우 대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들입니다. 일반 노동자들이나 평범한 회사원들, 아이들과 학생들은 대개 이름을 기반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칭의 사회학에는 분명 비대칭적 측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이룬 업적에 기반한 호칭을 선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욕망을 막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이름보다 직책이나 자격으로 불리려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그리 건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예전에 썼던 글 하나를 호출해 봅니다.

“사장님, 길좀 여쭐게요.”

예의를 꽉꽉 채운 이 말, 어딘가 불편합니다. 길 묻는 사람은 최대한 예의를 지켜서 말을 건 것일 테니,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종종 들려오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소화가 되질 않네요. 저는 사장은 아니고, 사장님은 더욱 아니며. 행여 사장이라고 해도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죠.

그냥 “실례지만 길을 좀 여쭈어도 될까요?”는 어떨까요? “사장님, 길 좀 여쭐게요”와는 달리 상대를 부르는 단어는 없습니다만 길을 묻는 기능은 충분히 수행하니까요. “아저씨”나 “학생” 혹은 “사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상대가 ‘고통받을’ 이유도 없구요. (경험상 이 ‘고통’은 미혼 여성들이 “아줌마”로 불렸을 때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한국사회에서 심심찮게 쓰이는 현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짧은 친절의 순간에도 “사장님”이 끼어드는 일은 좀 안타깝네요.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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