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소통

Posted by on Jan 29,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요즘에는 뭐 TV 보는 건 없으세요?”
“특별히 찾아 보는 건 없지. 근데 축구 떨어져서 좀 그러네.”
“아 그랬죠. 베트남도 떨어졌더라고요.”
“응 베트남도 떨어지고. 일본은 올라갔더라.”
“너무 빨리 떨어졌네요.”
“그렇지. 계속 올라갔으면 한참 좀 덜 외로웠을텐데.”
“축구는 그렇게 잘 보시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

“덜 외로웠을텐데.”라는 말이 목에 팍 박혔다. ‘
축구’와 ‘외로움’의 관계는 생각지도 못했다.

“축구 말고는 다른 거 보신 거 없어요?”
“그젠가 무슨 건축 강연을 봤어. 김광현 교수?”
“응. 어떤 분이예요?”
“강의를 잘하시더라. 건축학 교수시라는데,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죽 하는 게 아니고 원리를 이야기하시는데 좋더라고.”
“무슨 말이 남으셨어요?”
“건축은 소통에서 시작된대. 대화.”
“어떤 면에서요?”
“왜 유럽이나 오래된 건축들을 보면 처음 시작은 다 사람들의 대화였다는 거야. ‘우리 동네에 뭐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대화들에서 건물이 나온다는 거지.”
“좋은 이야기네요. 소통에서 시작하는 건축.”
“근데 지금은 안그렇잖아. 그냥 돈을 벌어야 되니까 짓고. 땅이 있으니까 짓고.”
“소통에서 시작되는 건축은 아니죠. 분양해서 돈벌라고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우리가 식탁 방향을 어떻게 놓느냐, 가구는 어디에 갖다 놓느냐도 다 건축이라고.”
“아 그런 것도 다 작은 건축이겠네요.”
“이런 얘기 들으면 엄마도 공부하고 싶다. 그때 뿐이지만. ㅎㅎㅎ”

신대방역 부근은 여전히 예전 모습이다. 이곳에 올 때마다 양가적 감정이 든다. 서울치고 ‘낙후’되었다는 느낌. 예전의 정이 남아 있는 거리. 그래도 너무 빨리 소통 없는 건물이 들어서진 않았으면 좋겠다.

집으로 오는데 메시지가 왔다.

“건축은 삶을 닮는 그릇”
“건축이 공동의 언어”

‘건축’ 자리에 ‘수업’을 넣어보았다. 소통에서 시작하고 삶을 담는 그릇이 되며 함께 언어를 만드는 일.

말은 언제나 행동보다 쉽다.

#어머니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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