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에 대한 감각, 만남의 경험, 그리고 상상력

적어도 내가 만난 많은 학생들은 어학연수와 같은 해외 체류를 영어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영어공부의 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인풋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에’라고 간단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흔히들 말하는 몰입(immersion)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인풋의 양보다 더욱 핵심적인 요인들이 나타난다. 나는 이것을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쓸모에 대한 감각”이다. 내가 배우고 있는 말이 세상에서 진짜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아니 누가 그걸 모르느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쓸모”에 대한 감각은 쉬이 생기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 본 경험이 있다면 입시와 내신이라는 목표 외에 학생들에게 영어의 쓸모를 설명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아니 이것은 설명의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을 안다. 연애나 배신같이 체험되지 않고는 전달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처럼 말이다.

다음으로는 “만남의 경험”이다. 이것은 쓸모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 다르다.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다른 언어가 되어 돌아오는 경험.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는 경험. 이것을 목격하고 느끼는 것이 “만남”이다. 말을 건네기 전의 설렘과 말이 오가는 과정의 떨림과 말이 끝나고 난 다음의 여운을 겪는 것이다.

만남은 언어의 도구성을 넘는 경험이다. 언어가 사람을 울고 웃게 할 수 있고, 감동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도구성을 뛰어 넘어 존재를 감화시키는 언어를 진짜로 만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에 가지 않고도 쓸모에 대한 감각, 만남의 경험을 키워줄 수 있을까? 외국어로서 영어(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고백’하는 언어학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물론 해외에서의 경험을 복제할 수는 없다. 사회문화적 상황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꽤하려면 언어학습에서 급진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영어교육은 여전히 인풋이라는 ‘특급 키워드’에 머물러 있다. 얼마나 많은 언어자료가 투입되어야 하는가. 이 자료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 이 패러다임 말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에 더 많은 인풋을 부르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삶을위한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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