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명사, 고유명사, 그리고 김춘수의 <꽃>

1. 보통명사는 개념에, 고유명사는 개체에 대응된다.

a chair는 세계의 그 어떤 의자에라도 대응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대응하는 것이 특정한 의자가 아니라 의자성(chairness)이기 때문이다. a chair에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 의자가 아니라 ‘의자’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개똥이는 오로지 개똥이에 대응된다.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똥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똥이/라는 발음은 생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유일한 개체인 개똥이를 가리킨다.

2. 우린 보통 ‘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나타낸다’고 배우지만 이 명제가 보통명사와 고유명사에 적용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보통명사는 개념의 세계에 대응한 뒤 개별 대상으로 나아가지만, 고유명사는 구체적인 대상에 바로 대응된다.

3. 김춘수의 ‘꽃’은 이 차이를 시적으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문법설명보다 응축적이다.

다만, 그의 시어들은 위의 문법 설명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왜냐하면 본 문법설명에 따르자면 아래와 같은 싯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고유명사가 되었다.”

4. 김춘수의 ‘꽃’이 그린 세계와 달리 어쩌면 지금 이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꽃’이라는 보통명사에서 ‘몸짓’을 읽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명명의 세계를 현상학의 세계로 바꿔내는 일 말이다.

#인지언어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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