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는다’ 단상

Posted by on Mar 14,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어떤 기사가 다른 기사를 덮는다는 인식은 확인할 수 없는 음모론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는 이러한 인식이 시민을 철저히 수동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라 주관도 지향도 없이 흔들리는 비주체적이고 즉물적이며 ‘가련한’ 존재 말이다. 하지만 시민은 사건들의 점을 연결하고, 배후를 꿰뚫고, 분노를 숙성시키며, 구조적인 모순을 간파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자신의 입장을 보다 견고하게 만든다. 늘 그렇진 않지만 대개 그렇다.

아이러니한 것은 ‘덮는다’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언론보다 시민이 똑똑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덮이는’ 사건에 대해 그토록 개탄한다면 한 가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속을 가능성이 높으며 나는 그렇지 않다’는 엘리트적 의식에 빠져 있을 거라는 것. 나는 세상사를 제대로 보고 있지만 당신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음모론이, ‘작전’이 작동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뿌리는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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