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기쁨

낭독은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상의 만남과는 다른 차원이 개입한다. 글을 소리내어 읽는 순간 말이 된다. 이때 말하는 자는 누구인가? 말의 내용은 저자로부터 왔으되 말의 모양은 낭독자로부터 말미암는다. 말의 ‘혼’은 저자의 것이되 ‘몸’은 독자의 것이다. 연원을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 열망과 아픔이 나의 몸을 통하여 다시 세상으로 향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말은 다시 귀를 통해 내 정신과 만난다. 아마도 낭독의 기쁨은 이 과정에서 말미암는 것 아닐까?

적어도 낭독의 순간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인간과 대면하게 된다. 저자의 정신과 낭독자의 몸을 가진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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