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Posted by on Apr 24,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신대방동 살 때이니 꽤 오래 전 일이다.

퇴근할 때 늘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다. 서너 살 위쯤 되어 보이는, 변함없이 셔츠와 청바지를 사랑하는, 뿔테 안경이 제법 잘 어울리는 남성이었다.

주로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쳤지만 공원 산책 중에도 여러 번을 스쳤다. 그는 늘 같은 자세로 날렵하게 생긴 자전거를 끌고 있었고 가끔은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마주치길 어언 4-5년.

그날은 우연히도 집앞 독서실에서 그와 마주쳤다. 자전거를 세우고 공부하러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반가운 마음에 용기를 내었다.

“안녕하세요? 이 독서실 다니시나 봐요.”
“누구시죠?”
“아… 저 이 동네에서 자주 뵈었는데요…”
“저는 뵌 기억이 전혀 없는데…”
“…..”

어색한 침묵과 함께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는 것이 되었다. 나는 그를 수없이 스쳐갔지만 그는 나를 단 한번도 스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와 말을 섞는 경험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가끔은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숱한 사람들의 관계가 그 남성과 나의 관계 아닐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또 나에게 그런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다.

허무하다거나 부질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말 한번 섞을 만한 ‘임계치’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만남이란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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