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의 퇴임

Posted by on May 2, 2019 in 단상, 사회문화이론, 일상 | No Comments

Thank you, Jim!

지도교수가 퇴임했다.
한 시대가 저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그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유학을 결정하고
사회문화이론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비고츠키의 “Mind in Society”를 읽으면서
지도교수의 글들을 만났다.

SLA Theory Building: “Letting All the Flowers Bloom!”
내가 처음 읽은 그의 글이다.

논문을 읽으며 감탄을 연발했고,
이런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운좋게 그와 함께 5년을 지냈다.

코넬대에 재직하던 1985년
동료 William Frawley와 함께
“Second language discourse: A Vygotskyan perspective.”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20세기 심리학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러시아의 발달심리학자 Lev Vygotsky를
응용언어학계에 소개한 이후
35년 간 사회문화이론을 기반으로
제2언어습득 및 응용언어학 관련 연구를 발표해 왔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응용언어학의 대표 저널인
Applied Linguistics 편집장을 지내고
전미응용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이제 응용언어학에서
비고츠키와 그의 이름을 분리할 수 없게 되었고,
나를 비롯한 많은 후학들이 그의 영향을 받아
전세계 응용언어학/영어교육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도교수로서 또 함께 길을 걷는 동료로서
그에게 너무나 큰 빚을 졌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가장 생생한 건 그의 이메일에 담긴 한 마디다.

논문을 반쯤 썼을 때였다.
나머지 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챕터 하나를 보내며
“마감 안에 끝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돌아보면 지도교수가 안된다 하면
한 학기를 더 다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Sungwoo, we can finish this dissertation together.”

이 짧은 문장이 준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같이 써낼 수 있다”라는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힘이 되었고,
졸고이지만 논문을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

“We”라는 대명사 하나가
논문에 허우적거리던 나의 영혼을 구한 것이다!

이후 나는
“I can”의 능력주의를 넘어
“We can”의 세계를 어떻게 열 것인가를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퇴임을 한다 해서
많은 이들의 삶에 영감을 주고
하나의 작은 학문을 개척한 그의 자리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떠난 교정의 쓸쓸함을
내 마음의 허전함을
막을 길은 없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보냈던
헌사(acknowledgement)를 가져다 놓는다.

시간은 지났지만
이 마음은 그대로이기에.

“I would like to thank Dr. James P. Lantolf for his tireless support for my academic journey. He exquisitely mediated me in climbing the mountain of the dissertation as the most competent sherpa imaginable, formed the strongest foundation for my scholarly thinking, and was the best friend to whom I can come clean of my concerns and inner conflicts throughout the journey. Most of all, he is a truly passionate human being who has cared most about me as a fellow human being. Jim, I feel infinitely blessed that I have been given the opportunity to work with you all these years. I have studied language so many years but cannot find words to express my gratitude to you. Even if I had those words, I know that I would simply not be able to thank you enough. All I can say is that I will walk and work with you throughout my life, remembering your compassionate praxis.”

고마웠어요, 선생님!

더 멋지게 자유롭게
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시길.
앞으로의 생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 서울에서, 못난 제자 성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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