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I”라고 물었더니 “We can”이 돌아왔다

Posted by on May 5, 2019 in 단상, 링크,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1.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Alexandria Ocasio-Cortez 는 ‘승산제로’로 예측된 민주당 예비경선에 나서면서 “이 선거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위아래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노동계층 대 기득권의 구도를 긋고 시작한 것이다.

2. “왜 당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나서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나섰다고 말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낫다’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대표자로 대표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으리라.

3. 극한의 경쟁을 겪어내면서 우리는 ‘대체가능성(replaceability)’을 생각하곤 한다. 내가 안해도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 나는 언제든 다른 존재로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체가능성이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이 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 말이다. 내 삶의 궤적을 관통하는 시공간을 점하는 존재는 나 자신이다. 타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를 인정한다면 함부로 대체가능성을 언급할 수 없다.

4. 나는 “Can I…?”라고 물었는데, 지도교수는 “We can …”으로 대답해 주었다. 의문문이 평서문으로 바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어의 변화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이것은 감탄문으로 바뀐다. (며칠 전 올린 내용을 다시 올려놓는다.) 이 작은 에피소드에서 비고츠키 심리학의 핵심개념인 ZPD(근접발달영역)의 정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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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반쯤 썼을 때였다.
나머지 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챕터 하나를 보내며
“마감 안에 끝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돌아보면 지도교수가 안된다 하면
한 학기를 더 다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Sungwoo, we can finish this dissertation together.”

이 짧은 문장이 준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같이 써낼 수 있다”라는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힘이 되었고,
졸고이지만 논문을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

“We”라는 대명사 하나가
논문에 허우적거리던 나의 영혼을 구한 것이다!

5. 이제껏 그랬듯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Can I”라고 묻는 이들에게 “We can”으로 답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오래오래 남길 기원한다.

우리에겐 삶이 된 기적이 좀더 필요하니까.

 

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pdominguez/alexandria-ocasio-cortez-knock-down-house-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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