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그리고 기본시간

Posted by on May 21, 2019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독서량의 감소와 함께 살펴야 할 현상이 있다. 통계치로 뒷받침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텍스트를 대하는 시간은 증가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책을 읽지 않더라도 각종 기사, 몇몇 페친의 포스팅 등을 늘상 접한다. 연령대가 낮을 수록 영상 소비가 많다고 하나 디지털 기기가 일상에 도입되기 이전보다 텍스트를 적게 소비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독서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텍스트 소비량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내가 놓치고 있을 수 있겠으나) 종래의 프린트 미디어와 함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등을 통한 텍스트 읽기까지 포함된 상세 통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Daniel Keller가 지적하듯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는 축적(accumulation)과 가속(acceleration)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전자는 (1) 다양한 리터러시 활동(전통적 글쓰기와 읽기, 소셜 미디어 활용하기, 동영상의 생산과 소비, 데스크톱과 모바일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한 소통)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piling up)과 (2) 일상생활 곳곳에 리터러시 활동이 폭넓게 자리잡는 것(spreading out)이다. 후자는 빠른 시간 안에 효과(effect)를 획득하는 리터러시 활동의 추구다.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은 이러한 특징에 특히 잘 들어맞는다. 다시 말해 리터러시의 레퍼토리는 급속히 증가하면서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리터러시 행위의 목표를 신속히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 기술적, 제도적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리터러시 행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힘들다. 삶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상황에서 독서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긴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호흡이 긴 리터러시 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은 단지 독서과정의 인지적, 정서적 요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삶의 속도와 싸워야 할지 모른다. (긴 호흡의 글을 읽고 쓰는 일의 장점을 옹호한다는 가정 하에) 리터러시의 질에 대한 고민은 일상의 시간을 재조직하는 일과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종종 ‘기본소득’ 외에 ‘기본시간’이라는 개념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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