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기조강연 – 삶을 위한 영어공부

My first plenary speech at the Modern Linguistic Society of Korea (MLSK) 한국현대언어학회 기조강연 (5.25)

어제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현대언어학회 봄학술대회에서 <삶을 위한 영어교육: 연구자와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제로 생애 첫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시작 전에는 살짝 긴장이 되었지만 입을 떼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떠는 데 쓸만한 인지적 자원이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안떨고(실은 못떨고?) 그럭저럭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강연 요청을 받고는 최근 쓰고 있는 논문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영어교육, 응용언어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학원생들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 동료 연구자와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아마도 편지글 형식의 기조강연은 다들 처음이셨을 겁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지요.

“대학의 위기라고 합니다. 교육의 위기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학문과 실천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영어는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가 되기 보다는 사람들을 가르는 문화자본으로 기능할 때가 많습니다. 각자는 모두 열심히 뛰고 있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어학과 언어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이 모두 옳은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들과 교사들을 만나며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을 건네려 합니다. ‘언어와 문화, 삶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자 함입니다. 편지에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이 담겼습니다.

먼저 삶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위한 성찰입니다. 제가 말을 처음 연구하고 가르치기 시작한 그 때의 설렘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동일한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도 던집니다. 처음 말과 사랑에 빠졌던 때의 열정을, 언어가 열어젖힌 세계의 아름다움에 경탄했던 마음을 갖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의 연구와 교육은 삶에 뿌리박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학생들에게 어떤 욕망을 심어주고 있는지 반성합니다.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박은 네이티브 중심주의와 인풋만능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합니다. ‘원어민 되기’로 표상되는 욕망의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 삶을 위한 공부로 나아가는 방안을 함께 궁리합니다. 이 사회가 키워가는 언어에 대한 욕망이 진정 학생들의 삶을 위한 것인지 돌아봅니다.

세 번째로는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며 만나는 세계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의 학생들은 성적과 스펙의 도구를 넘어선 언어로서의 영어를 경험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혹 그렇지 않다면 연구자와 교사로서 어떤 실천을 꾀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삶을 위한 언어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 사회에서 언어학, 응용언어학, 영어교육 연구자와 교사들이 새롭게 고민해야 할 화두를 나눕니다. 함께 성찰하며 소통할 수 있는 언어교육을 꿈꾸자는 제안입니다. 학생과 교사와 연구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섭니다.”

강연의 마지막에는 연구자와 교사로서 우리는 자신에게, 동료들에게, 학생들에게, 나아가 한국사회에 어떤 편지를 써야 할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학회장에서 타지에서 함께했던 황요한 선생을 7년만에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보지 못했지만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오랜만에 유수현 Soohyun Yoo 선생님을 뵐 수 있어서 반가왔습니다. 공감하며 영어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참 좋네요.

이번 학기는 유난히 특강이 많았습니다. 아직 조금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강의로 큰 모임은 대략 마무리가 되었네요. “삶”과 “교육”을 화두로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갈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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