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출 잡감

Posted by on May 29, 2019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1. 만 2년을 친애하는 벗과 함께 쓴 논문을 투고했다. 언뜻 이해가 안될지 모르지만 출판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괜찮은 경험이었다. 완성한 것만으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둘다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2. 처음 본격적으로 정치와 관련된 글을 썼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 논문의 범위를 조정하는 데만 한 해를 넘게 보냈다. 좌충우돌하면서 많이 깨지고 힘들게 배웠다.

3. ‘서로 배운다’는 말이 어울리는 협업이었다. 중간에 나 때문에 공저자 친구가 고생한 것 같아 미안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마지막까지 잘 온 것 같다.

4. 언젠가 ‘협업/공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협업 과정은 참으로 기쁘고 감사했다.

(1) 신뢰가 없는 이와 협업하지 않는다.
(2)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협업하지 않는다.
(3) 대화할 때 스파크가 튀지 않는 사람과 협업하지 않는다.
(4)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할 상황에서 협업하지 않는다.

요약: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출물이 안나오더라도 괜찮은 사람과 협업한다.

5. 논문을 완성하고 쓰고 나니 ‘애개 겨우 이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뱅뱅 돈거야?’ 싶다. 논문을 읽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다. 정제된 이야기 하나를 만드는 건 설익은 이야기 몇을 엮는 것보다 수십 배 힘든 일이다.

6. 논문을 쓰면서 “socioculturally-minded applied linguistics’라는 표현을 썼다. 실은 조금 더 나아가 ‘sociopolitically-minded’ 라고 불러도 좋을 지형에 놓여 있는 글이다. 이 바닥에서는 별로 알아주지 않는 주제인 것 같은데 그래서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파고 싶다. 대책 없는 변방쟁이.

7. 무언가를 내놓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정말 의미있다고 여기는 작업을 내놓을 수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시간은 살같이 빠르고 나는 해가 다르게 느려져 간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8. 엄연한 쓸쓸함과 벗하여 가야 한다. 하지만 오늘만은 벗 덕에 쓸쓸하지 않다.

이제 수업 준비 마저 해야지.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