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을 거닐다

Posted by on May 29,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5월 말. 기말까지 3주 남짓 남았다. 이맘때면 다음 학기에 뭘 하게 될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번은 완벽한 예외다. 강사법의 여파로 (실은 교육부와 대학의 늑장대응으로) 까마득한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답답함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이 어떻게 변곡점을 맞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지나친 자의식은 금물이라지만 안개가 유난히 짙은 이번 학기는 자주 뒤를 돌아본다. 임용고사를 공부하다가 보다가 교육학 암기가 너무 싫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던 일(함께 스터디했던 조원 6명은 모두 합격)이나, 경제적인 급박함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미루었던 일(딴짓을 했지만 보통의 직장생활과 IT프로젝트 매니징을 배웠다), 함께 하고 싶은 학자와 공부를 하게 된 행운(배운 거 다 까먹게 생겼…), 돌아와서는 또 닥치는 대로 미친듯 일했던 기억 (돌아보면 어찌 했나 싶을 정도다).

기업에서 기업연구소로, 다시 대학으로의 이직은 나름의 방향성이 있었다. 그때의 순진한 마음은 대학을 겪으면서 솔직한 마음이 되었고 여느 처세서의 말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끈둥글해진것이 아니라 까칠뾰죽해졌다. 경지에 이르지 않은 이상 부드럽기만한 마음으로 시간강의를 이어가긴 힘든 것 같기도 하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경. 목표지점은 언제나 머리 속 지도 위가 아니라 걸음걸음의 끝에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한다. 하지만 안개는 순식간에 걷힌다. 그때까지는 내 발끝에 시선을 둘 것이다. 어리숙하게 보일지라도 먼발치가 아니라 발딛는 땅을 살필 것이다.

조금 모자라게 좀더 자유롭게.
요즘 안개 속을 거닐며 되뇌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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