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Posted by on Jul 17,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다음 학기 강의가 결정되었다. 강사법 시행의 여파로 예년에 비해 5주 이상 늦게 결정된 셈이다. 강사모집 공고가 여전히 나오는 걸 보니 몇몇 학교들은 7월 말이 되어서야 다음 학기 강사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강의를 시작한 후로 가장 적은 강의를 맡게 되었다. 대학 울타리 안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먹고살기 위해 다른 일들을 모색하고 있다.

3. 이런 상황에 이른 데에는 강사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내가 대학강의에 대해 갖는 생각도 한몫했다. 7년간 누구보다 많은 강의를 소화하면서 말 그대로 엄청 얕고 엄청 넓은 지식을 쌓아왔다. 이대로 가면 몸도 마음도 공부도 너덜너덜해질 것 같다. 아니 이미 그런 면이 있다.

4.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소중하지만 많이 가르치기 보다는 잘 가르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량의 100%를 강의에 쏟아붓는 삶에서, 겉핥기 공부에서 벗어나야 한다.

5.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사람구실을 하면서 공부와 집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때가 왔다. 강사법을 둘러싼 여러 대학의 행태는 심히 유감스럽지만 그로 인해 결단의 시간이 앞당겨졌다. 가혹한 시대는 지혜가 담긴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6.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학교에서 3년간 일하게 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3년간 도서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연구자에게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자원이 이렇게 기쁘다니.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7. 사실상 2학기가 시작되었고, 2019년_2학기 폴더를 만들었다. 새로운 일들을 궁리한다. 대학 밖에서 가르치고, 공부모임을 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짓고자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서 배우고 싶다. 그 가운데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믿는다.

이 근거없는 믿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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