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시대, 읽기의 중요성

Posted by on Jul 23, 2019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찾아보면 바로바로 다 나오는데 뭘 읽어요?”

웹으로 대표되는 가용 정보의 폭발적 성장과 검색엔진의 발달에 따른 전통적인 독서의 필요성 감소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당장 뭔가를 모른다고 해도 단어 몇 개만 넣으면 바로 답이 나오는데 굳이 힘들게 무언가를 미리 읽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주장이다. 단순암기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찾으면 나오니 독서는 필요없다’는 주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첫째, ‘찾아보면 다 나온다’는 말 자체가 오류다. 흔히들 말하는 단편적 지식의 경우에는 이 말이 맞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의 발발일과 휴전협정일, 스위스의 행정수도, 영어 알파벳의 개수 같은 정보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파편적 정보가 인간의 지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고통을 받지 않고 물욕, 성욕 등 욕구를 느낄 수 있는가?’와 같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문제나 ‘현재의 인공지능의 발달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학입시체제는 얼마나 타당한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웹에서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숙고할 가치가 있는 많은 질문들은 검색 몇 번으로 대답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찾아보면 다 나온다’는 말은 근거가 희박하며 섯부른 단정이다.

둘째, 위의 말은 특정한 소통 상황을 전제할 때 찾아보면 나오는 정보 조차도 맥락에 맞게 가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한일관계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제에 딱 맞는 문서(예: 한일간 외교갈등사)를 찾았다고 해보자. 그렇다고 해서 이 문서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읽어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소통의 흐름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보, 상대와의 관계, 대화의 목적, 시간의 압력 등을 고려해 정보를 빠르게 선별하고 배치해야만 한다. 단답식 시험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면 검색해서 나온 정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찾아보니 나온다’는 사실이 그 정보를 일체의 맥락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셋째, 우리가 지식을 쌓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수집하는 과정이 아니다. 지식을 모으는 것은 고물상에 각종 물품을 모아놓는 일이라기 보다는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갖추는 것과 같다.

배추와 젓갈, 소금과 고추가루 등을 따로 따로 용기에 담아두어서는 김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들을 적당히 손질하여 양념하고 버무리고 섞어야만 한다. 나아가 현재의 수준에서 인간의 지식이 숙성되고 발효되기 위한 최선의 장소는 각자의 뇌이다. 읽기의 과정은 뇌라는 용기에서 각종 데이터들이 섞이고 뭉치고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일이다.

단편적 정보들이 인간의 외부에 따로따로 존재해서는 김치가 되기 위한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며, 이러한 화학적 변화가 없이는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질 수 없다. 즉, 재료가 있다고 지식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보가 저장되고 오랜 시간 적절한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환경 하에서 ‘발효’되어야만 지식이 탄생한다. 읽기는 이 긴 과정의 한 단계일 뿐 결코 완결된 프로세스가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할 때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라는 불만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자 그럼 정리를 해보자. ‘찾아보면 바로바로 다 나오는데 뭘 굳이 읽어요?’라는 말은 다음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1) 찾아봐도 안나오는 것도 엄청나게 많다.
(2) 특정한 맥락에서 바로 사용할 지식은 검색어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3) 지식은 다양한 요소들이 버무려지고 질적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은 가치있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지식을 생성하여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던 질문에 대하여 답하려 애쓴다. 이것이 순환하면서 인류의 지적 유산이 성장한다. 단편적 지식을 아는 척 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읽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찾으면 다 나오는데 왜 굳이’라는 질문은 줄어들지 않을까?

#삶을위한리터러시 #새로운시대의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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