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시대’와 학교의 권력

전통적으로 학교교육의 내용은 ‘텍스트 중심 문해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조금씩 보급되고 있지만 현재의 교육이 텍스트 중심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필자가 처음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1995년이다. 이후 월드와이드웹이 급부상하고 전산망이 빠르게 보급됨과 동시에 대중 개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은 웹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고 모바일을 통한 정보습득과 공유가 일상이 되었다. 최근 영상매체의 증가로 인해 적어도 10대 전후의 세대에 있어서는 문자 기반 읽기자원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론과 교육 이론가들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1996년 J. P. Gee와 N. Fairclough 등의 학자들은 ‘New London Group’이라는 연구집단의 이름으로 하버드 교육 리뷰에 <A pedagogy of multiliteracies: Designing social futures>라는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한다. 이들은 기존의 리터러시 교육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 주장하면서 수백 년간 근대교육을 지배해온 텍스트 중심의 리터러시 교육에 일대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게 무려 23년 전 일이다. 그들의 주장이 묻힌 것도 아니다. 위 논문은 2천 여 회 인용되었고, 이후 그들의 주장을 엮은 책 <Multiliteracies: Literacy Learning and the Design of Social Futures>이 라우틀리지에서 출판된다. 교육 관련 서적으로는 드물게 피인용 회수가 4천 회에 육박한다. (구글 스칼라 기준) 한 가지 주장을 담은 이야기가 6천 회 이상 인용되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다. 적어도 학계에서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럼에도 텍스트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일부 수행평가의 예외는 있으나 내신과 수능은 기본적으로 전통적 지필평가의 포맷을 고수하고 있다. 정보의 바다 유튜브의 시대, 학생들은 여전히 단일 국가기관이 발행한 EBS 수능특강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세 가지 원인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존 제도의 관성이다. 한국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평가체제의 변화가 필수다. 그런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평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내용을 바꾸어야 하고 교육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당연히 교육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익혀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인 것이다.

둘째는 근본적인 이유다. 여전히 텍스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의 기반이 되는 학문체계는 텍스트 위에 올려져 있다. 과학과 기술, 지식생산은 압도적으로 문자에 의존한다. 학술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문서로 이루어진다. 흔히 말하는 ‘고급지식’의 생산, 축적, 공유, 재가공 등 제반 활동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영상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의 변화를 받아들여 교육을 본격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어떤 유익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좀더 솔직한 이유다.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른다. 알고 있는데 안한다기 보다는 몰라서 못하는 측면이 큰 것이다. 이리저리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난무하지만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만큼의 지식과 노하우, 이론적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 친구가 이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시대다. 그간 인류는 다음 몇 십년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교육의 판을 짰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기성세대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장 감을 잡기 힘든 시대일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이지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학교교육은 여전히 강력하다. 위의 이슈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구조는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변화하지 않는 학교를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자명하다. 그들이 힘을 갖게 될 때에도 이 관성이 유지될까? 그 시기를 준비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참고: A pedagogy of multiliteracies designing social futures
http://newarcproject.pbworks.com/f/Pedagogy+of+Multiliteracies_New+London+Group.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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