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자, 단상

질적연구와 관련된 강의를 들으며
연구자로서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끈끈한 거리로 발을 딛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얄팍함’이었다.

이번 학기 강의를 걱정하고
불만 없는 성적처리를 고민하고
다음 학기 밥벌이를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일상의 연속.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달려온 세월.

얄팍하다.
아무리 열심히 뛰었다 해도
얄팍한 건 얄팍한 것이다.

조금 다르게 사는 척하지만
결국 똑같이 살고 있구나.
나 자신에서 시작해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말들을 짓고 있구나.
수없이 내뱉은 말들이
나의 경계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자는 논문이라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말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학자는 연구와 글쓰기의 과정에서
세계를 얼마나 바꿔냈느냐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은 논문의 인덱스가 아니라
내가 발딛은 삶과
연구 참여자가 발딛은 삶의
부대낌에서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학이 몰락하는 이유는
삶을 응시하고
세계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이목에 집착하고
제도가 인정하는 성과에 목매기 때문은 아닐까.

현장 선생님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던졌지만
다시 돌아와 보면 나의 현장은 뻥 뚫려 있는
어정쩡한 삶을 새삼 깨닫는 오늘.

‘삶을 위한’이라는 꾸밈말이
그저 꾸밈말에 그치지 않게.
함께 궁리하고 바꿔갈 수 있게.

삶을 텍스트 안에 가두지 않고,
텍스트로 삶을 확장할 수 있기를.
삶을 짓는 텍스트를 짜내려 갈 수 있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연구자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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