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 강연에 다녀와서

2010년 4월 토니 모리슨 강연에 다녀와서 쓴 글 (정확한 단어 대 단어 번역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오늘 모리슨의 강연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말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좋은 것/좋지 않은 것, 혹은 선한 것/악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악한 것 the evil 은 많은 치장을 필요로 한다. 더 많은 모자와, 신발과, 옷과 밴드를 필요로 한다. 더러운 것들은 속이려고 많은 것들을 입고 나온다.

그러나 악한 것은 아무리 치장을 해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악한 것은 더 많은 피와 희생을 요구한다. 이것들은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진정 좋은 것, 선한 것은 복잡하다. 그것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수많은 영역에 존재하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허나 좋은 것은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다양하다. 나의 문학은 이것(복잡하지만 좋은 것)을 추구해 왔다.”

그 외에도 기억나는 대목들이 많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독서를 했다. 그게 내가 가진 전부였고, 책을 따라서 대학에 갔다.”

“얼마 전에 내셔널 바이오그래피인가 그런 단체에서 나의 정보를 게재한 바 있는데 틀린 게 엄청 많더라. 근데 나는 제대로 고치질 않았다. 그냥 그 정보들이 흘러가도록 놔두었다. 적어도 잘못된 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훨씬 흥미롭잖아 (응?)”

“웹의 잘못된 정보의 예는 수없이 많다. 나부터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쓴 블로그 포스팅을 본다. (잠시 침묵) 도대체 이 이야기는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일동 폭소)”

“웹이라는 공간은 양날의 검이다. 지식과 정보가 마구 쏟아지고 전달되지만 잘못된 정보, 그릇된 ‘지혜’ 또한 양산된다. 하지만 나는 그 공간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자정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쓸 때는 나와 나, 나와 캐릭터만 존재한다. 거기는 누가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난 그 공간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 공간에서 누리는 자유가 있다. 남들이 하라는 것은 흥미롭지 않다.”

“지식과 지혜의 구분은 어렵다. 나도 그게 정확히 딱 구분되진 않는다. 그러나 지혜의 싹은 “실패에 대한 연구,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보는 것”에서 자라난다. 성공만 보는 것, 그것은 흥미롭지도 않고 지혜를 낳을 수도 없다.”

“시민 citizen 의 영역과 외래인 foreigner 의 영역의 구분은 없다. 우리 모두는 시민이면서 외래인이며 때로 “국내의 적” domestic enemy 이다. 흑인은 수백년 거주로 인해 이곳의 시민이면서 여전히 ‘그들의 적’이다.”

어떤 질문자가 “모리슨 작가님 킨들에는 무슨 책이 들어있느지요?” 바로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내 책들이 들어 있죠.” 좌중 폭소. 이번 5월에 아들이 사줄 iPad로 책을 읽을 생각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고. ㅎㅎㅎ

이어서 예술가로 보이는 사람이 눈물로 질문을 했다. “작가님은 ‘변방’ edge 에서 일하고 살아간다고 하셨는데, 그 어려움, 눈물, 외로움을 어떻게 이기셨는지요.” 토니 모리슨 “내게 변방은 자유다. 그곳이 가장 자유롭다. 사실 우리는 모두 변방, 주변에 산다. 메인 스트림과 변방이라는 구분은 없다. 모두 엣지에 산다. 다만 어떤 이는 엣지를 넘나들고, 어떤 이는 엣지에 머무리며, 어떤이는 엣지에서 다른 사람들을 못 들어오도록 막고 서있다.”

어떤 학부생이 “졸업하고 뭐 할 지 모르는 인문학부생에게 해줄 말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르치거나 쓰거나 자동차를 고치거나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라. 그리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라. 니가 만약 양배추면 더 나은 양배추가 되려 하는 거고, 토끼면 더 좋은 토끼가 되려 하는 거다. 니가 무슨 일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더 나은 인간이 되라. 그것을 평생 추구하라.”

강하고 섬세했으며 유머넘치고 거침없었던, 당황하지 않고 우기지 않으며 사람들 위에 서려고 하지도 않았던 모리슨의 모습을 기억한다.

이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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