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리터러시의 기본: 텍스트 꼼꼼히 읽어내기

“비판적 리터러시”는 다양한 층위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세계관과 철학, 배경지식과 텍스트의 연결, 타인의 텍스트와 해당 텍스트의 비교, 저자의 이전 글과 해당 텍스트의 비교 등 실로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텍스트 자체를 꼼꼼히 읽어내는 것입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텍스트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언어적 장치들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아래에서는 힐러리 쟁크스 저 <리터러시와 권력> 4장 “텍스트 비판적으로 읽기”에서 논의된 텍스트 분석을 위한 글의 특징들(textual features)을 알아보겠습니다. (책에 소개된 목록의 일부이며, 각 항목에 제 나름의 설명을 달았다는 것을 밝힙니다.)

1. 어휘화: 해당 텍스트에 사용된 어휘는? – 어떤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검토한다. 해당 어휘의 선정은 적절한가? 대안은 없었는가? 특정 어휘의 선택이 특정 사회계층이나 소수자에게 차별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2. 과어휘화: 같은 현상이 여러 어휘로 표현되고 있는가? 한 가지 현상이 다른 단어로 반복되어 표현될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 하나의 개념이 여러 어휘로 변주되어 표현되면서 어떤 개념적, 수사적 힘이 발휘되는가?

3. 어휘적 응집성: 한 어휘의 동의어, 반의어, 연관어 등이 어떻게 배치되고 연관을 맺는가? 텍스트에 제시된 어휘간의 관계가 적절하다고 생각되는가?

4. 비유: 텍스트 내에 어떤 비유가 사용되었는가? 그들은 어떤 효과를 갖는가? A라는 세계와 B라는 세계가 비유로 연결될 때 그들 사이의 사상(mapping)은 적절한가?

5. 완곡어구: 특정 현상을 돌려 말하는 부분이 있는가? 좀더 직접적인 표현이 사용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어구를 선택했다고 판단되는가?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6. 타동성: 이것은 시스템-기능 언어학의 개념으로 주로 동사로 표현되는 텍스트 내의 과정(processes)들 중 물질적 과정, 존재와 소유, 사고, 감각 및 인지, 말하기, 행위하기 등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덧. 이에 대해서는 몇 마디로 요약하기 힘드네요.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아래 아티클을 참고하세요.

https://staff-old.najah.edu/…/Functional%20grammar%20proces…

7. 태: 능동태와 수동태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수동태의 경우 가려지는 것은 무엇인가? 특정 요소의 생략과 함께 인과나 권력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힘들어지지는 않는가? 문장 단위에서 책임소재는 어떻게 특정되는가?

8. 명사화: 어떤 명사화(nominalization)가 사용되었는가? 주체와 대상을 수반하는 동사적 과정이 명사로 바뀔 때 무엇이 탈각되는가?

9. 간접/직접 인용: 누구의 말이 왜, 어떻게 인용되는가? 그 인용은 적절한가? 인용시 어떤 동사가 사용되는가? 추정하다? 주장하다? 가정하다? 예상하다?

10. 말의 차례: 텍스트에서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면 그들은 어떤 순서로 말하는가? 말의 분량이나 순서에 있어서 불평등은 없는가?

11. 긍정과 부정: 어떤 문장이 긍정문으로 제시되고 어떤 문장이 부정문으로 제시되는가? 왜 그렇게 제시되는가?

12. 법성: 어떤 명제는 사실로 진술되고 어떤 명제는 가능성으로 제시되는가? 개연성과 사회적 권위를 나타내는 표현들이 존재하는가? 문장의 인식론적, 윤리학적 위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13. 대명사: 상대를 포함하는 we와 그렇지 않은 we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 ‘우리’라는 말에는 누가 포함되고 누가 포함되지 않는가? 화자의 ‘we’가 당신이 생각하는 ‘we’와 같은가?

14. 정보의 배열: 정보는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가? 그러한 배열의 효과는 무엇인가? 어떤 대안이 있는가? 혹 정보배열에 따라 특정 인과관계가 암시되는가?

15. 논리적 연결사 및 접속사: 문장들간의 논리적 관계는 어떤 언어적 장치로 표현되는가? 특정 진술에서 다음 진술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가?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이 모든 것들을 검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보면서 텍스트가 하나의 단일한 메시지로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인상을 깨고 여러 가지의 목소리와 정보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직조물(texture)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생각은 텍스트로 촘촘하게 짜여져 우리에게 전달되며 이는 몇 개의 아이디어로 독자의 뇌 속에 표상됩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의 형성을 역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분석하면 이들 아이디어가 가지는 한계와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판적 리터러시는 바로 이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출처: 힐러리 쟁크스 저, 장은영, 이지영, 이정아, 장인철, 안성호, 김혜경, 양선훈, 허선민, 서영미, 김은영 옮김, 김성우 감수 <리터러시와 권력> (사회평론 아카데미) 13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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