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후보자 논쟁, 그리고 ‘우리들의’ 박탈감

Posted by on Aug 21, 2019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후보에 대한 찬반이야 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없고 기대하는 바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깊이 우려스러운 것은 ‘박탈감’이라는 감정을 가벼이 여기는 목소리입니다. 저는 정치가 다루어야 할 가장 근원적인 정서가 억울함이나 박탈감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존재의 근원에 뿌리를 두고 많은 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되새김되는 감정입니다. 시도때도 없이 울컥울컥 올라와 일상을 흐트러뜨리기도 하죠. 그렇기에 결코 자기존재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정서를 ‘계도의 대상’이나 ‘잘못된 감정’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정치의 본분을 망각하는 일임과 동시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없다고 할 수 없고, 뼛속 깊이 느껴지는 바를 그릇되다 다그칠 수 없습니다. 터져나오는 울분에 대해 ‘뭘 모르니까’, ‘뭐 그딴 걸 가지고’와 같은 식의 반응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무시되는 박탈감은 종종 냉소와 적대로 전화됩니다. 후보자를 지지하건 그렇지 않건 이런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의 백미를 기억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치열한 논쟁 속에서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이브한 바람이지만 이 논쟁 속에서 억울함과 박탈감이 증폭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좀더 따뜻하게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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