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나눔 잡감

어제 밤 논문을 공유하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고 싶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솔직히 두어 분 정도 관심이 있으면 많겠다 생각했거든요. 응용언어학에도 봄/붐이 오나요? ㅎㅎㅎ

잠깐 자의식 과잉을 과감히 발휘하자면, 흔히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기준에서 저는 C급 연구자 쯤 될겁니다. 그간 논문 생산에 그렇게 열을 내지도 않았고(못했고), 학계에서 쏟아지는 논문들이 모두 가치있다고 생각되지도 않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꾸준히 뭔가 쓰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이건 저뿐 아니라 모든 연구자들이 그렇겠죠.) 이런 상황에서 대중서를 제외한 글을 공유하는 일은 계속 미뤄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로 쓴 글을 내보이는 것 또한 꽤나 멋적은 일이었습니다. 강의에서는 ‘비원어민으로서의 주체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글을 쓰고 나누는 데 있어서는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을 따랐던 것이죠. (‘뭐 영어로 쓴 걸 읽어보려고 그래?’)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쓴 글을 내가 업신여기면 누가 읽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좌절과 고독 가운데 태어나 리뷰어의 눈에 스쳤다가 사라지는 논문의 일생이 좀 짠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앞으로는 부족한 글이라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대단할 것 없는 글이지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분이 계실 것이라 믿고요. 아주 작은 지식과 깨달음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큰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 밤에 글을 나누었는데 한 친구가 벌써 다 읽고 답장을 보내주었네요. 말미에 써놓은 이 한 문장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Your writing and thinking are gifts–thank you for sharing them.”

누군가는 A/B/C 등급으로 저를 평가할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는 저의 글에 온마음으로 반응해 줍니다. 그리고 그 반응에는 어떤 등급도 매길 수가 없지요.

저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동료 연구자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어쩌면 ‘A급’이 되기 위해서는 등급없는 응원과 위로가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영어로논문쓰기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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