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삶, 그리고 돈

Posted by on Sep 6,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꼰대’스럽지만 요즘 공부를 하고 싶다는 후배/대학원생들에게 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음… 조심스럽긴 하지만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요.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면 정말 정말 최소한의 돈만 있어도 인생이 괜찮은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물론 ‘괜찮다’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분야가 결코 돈이 되질 않는다는 거예요. 돈을 벌 수 없다는 건 점점 더 자명한 현실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인생에서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면 이 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선배로서 미안하고 또 무능력한 이야기지만 저도 처음 공부할 때에는 이런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질 못했어요. 그런데 나와보니 현실이더라고요. 좀 웃긴 이야기지만 저 공부 그렇게 못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거랑 관계 없이 팍팍한 현실을 피할 수는 없더라고요. 지금 버는 돈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다 놀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ㅎㅎㅎ”

강사법 시행으로 시간강사 7800여 명이 일자리를 아예 잃었다고 합니다. 강의가 줄거나 겸임/초빙 등으로 전환한 사람들까지 하면 그 수가 엄청나겠죠. 교육부가 해고된 강사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생활을 지탱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인 대학은 1-3년의 고용, 4대보험, 방학 중 약간의 임금 때문에 대학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강사법을 원흉으로 몰고 여론을 호도합니다. 그동안 말도 안되는 저임금의 노동에서 취한 천문학적 이득은 생각도 하지 않죠. 법이 만들어진 원인을 제공한 게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절반의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또다시 살길을 찾을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남는다고 해서 슬픔이 쉬이 가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후배들과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세요. 같이 연구하고 토론하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희망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희망을 버리는 것이 좀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임을 알지만 여전히 놓을 수 없는 생각이 있네요. 미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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