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사과

“~라면 유감이다.”
“~로 보였다면 유감이다.”
“~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유감이다.”

정치인이 ‘사과’할 때 주로 쓰는 언어 패턴이다.

이들 구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라면’이라는 부분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라면’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라면’은 사실의 영역이 아닌 가정의 영역을 나타낸다.

“~해서”가 아니라,
“~라면”이라고 말하는 것은
“~”에 들어가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라면’은
자신의 해석과 대중의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쳇말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지/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느끼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사실을 가정과 섞고,
팩트의 묵직함을 해석의 차이로 뭉갠다.

무엇보다 이러한 진술은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생산된다.

‘당신은 사실로 생각하지만 나에겐 아니다.’
‘당신은 그렇게 해석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유감표명은
상대의 입장에 서지 않는 언술행위다.

저 말 속에서
정치인과 대중은
‘평행우주’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과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 벌어진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라고 느끼게 만든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모두 저의 불찰이다.”

이렇게 말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모습은
왜 그리 찾아보기 힘든가.

종종 그들은
유감을 표명하되
마음에 거리낌이 없고
‘머리숙여 사죄’한다면서
머리도 숙이지 않고 죄과도 돌아보지 않는 듯하다.

명예에 잔기스 하나,
마음의 작은 상처 하나
감당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세상을 다스리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런 ‘유감’들이
심히 유감이다.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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