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찍다

Posted by on Sep 22, 2019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마침표를 찍는다”는 표현이 있다. 일을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말의 세계에는 ‘마침표’가 없다. 말은 단어의 연쇄로 이루어지며, 더 이상 단어가 발화되지 않을 때 이것을 해당 발화의 종료로 여긴다. 마침표를 찍는 행위는 말을 글로 옮길 때 태어나는 ‘부재의 증거’이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면에서 마침표는 자신의 본질(부재)을 철저히 배반하는 구두점이다.

마침표를 잘 찍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더 이상 어떤 말도, 생각도, 행동도 이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마침표가 된다. 침묵 속에서 스러져가는 모든 존재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그들에겐 ‘마침’이 있지만 마침’표’는 없는 것이다.

마침표 없는 공백을 사랑하기란,
선언하지 않고 살아내기란 얼마나 힘든가,
가끔 생각한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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