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을 주제로 한 인문독서 아카데미 강연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들

5주간의 한빛도서관 강연을 마쳤습니다. 총 10시간 강의였으니 대학강의와 논문쓰기 특강 외에 가장 긴 시간을 가르친 셈이네요. 5주간의 경험에서 얻은 바를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수강생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또 많은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계셨습니다.

‘영어교육에 관해서라면 전국민이 전문가’라고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것들은 많지만 영어교육학이나 응용언어학의 개념을 꿰뚫고 있는 분들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안다고 해서 확신을 가지고 영어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려는 분들이 적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지식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2. 가족 내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책임은 절대적으로 어머니들에게 부과됩니다.

마흔 분의 수강생 중 서른 여덟 분이 여성이었고, 그중 대부분은 초등학교 저학년 전후의 자녀를 둔 30-40대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질의응답을 하다 보니 영어교육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어머니가 맡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과목의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양육과 교육에서 어머니들이 담당하는 부분이 매우 큰데 이것이 자칫 ‘책임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 중고교에서의 영어교육 열기가 식었다고 하지만 초등과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은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파주지역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초등학교 전후의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빛도서관은 어린이 영어도서 특화 도서관이기도 한데, 여기에 정기적으로 들르시는 부모님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번 오시면 동화나 리더스 시리즈 등을 30-40권씩 빌려간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 쪽에 더 신경을 쓸지는 모르지만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영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큰 것으로 보입니다.

4. ‘엄마표 영어’의 힘은 막강합니다. 하지만 몇몇 어머니들은 ‘비슷비슷한’ 엄마표 영어 서적보다 조금 더 깊은 지식을 쌓길 원하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한’은 두 어머니의 워딩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소위 ‘엄마표 영어’ 강연을 주기적으로 들었다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엄마표 영어를 접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다만 그런 강연들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천편일률적이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엄마표 영어가 어머니들 사이에서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 나아가 몇몇 분들은 조금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채워줄 강연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수요가 크진 않지만 분명 목마름이 있는 것이죠.

5.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의식변화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5주간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영어교육 지형이 바뀌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의식변화가 절실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자녀의 영어교육을 지원하면서도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불투명한 미래, 주변과의 비교 등이 불안의 주요 원인이더군요.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입시와 내신 등의 제도적 변화와 함께 영어공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공부를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6. ‘삶을 위한 영어공부’ 실천 프로그램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단단한 영어공부>를 내고 나서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영어공부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한 친구와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자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번 경험에서 배운 바를 앞으로의 기획에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깊이있고 단단한 영어공부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전에 없었던 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생각에 설레네요.

7. (대놓고 광고입니다.) 한번 하고 말기에는 10시간 강의 준비한 게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그간 집필한 것과 강의한 바를 종합해서 5강짜리 강의를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한 번 하고 말기에는 조금 아쉽고 또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전국영어교사모임 강연에서는 ‘교사버전’으로 각색을 해볼 예정이고요. 이후 다른 곳에서 불러주시면 또 열심히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공식적인 강의피드백은 없었지만 여러 분들이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말씀해 주셨네요.

비슷한 주제로 강의를 원하시는 분은 메시지 주십시오. 일정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한빛도서관 강연 내용을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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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독서아카데미] 단단한 영어공부 – 파주시 한빛도서관

한빛도서관의 <인문독서 아카데미> 강연은 5주, 총 10시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뼈대로 하되, 그간 진행해 온 강의 내용을 보강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강의내용: 영어공부, 왜 하는가.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이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영어교육을 되돌아보고 우리 삶을 단단하게 하는 영어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1강- 영어 왜 공부하는가 : 네이티브 중심주의를 넘어서
2강- 인풋이 아니라 경험이다 & 영어, 오해를 풀고 새롭게 보기
3강- 문법, 형법에서 마법으로 & 어휘, 생각을 담고 세계를 넓히다
4강- 응용언어학자가 바라보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
5강- 쓰기공부: 가로쓰기X세로쓰기X좁게쓰기

#삶을위한영어공부
#단단한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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