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리터러시

“어쩌면 그 학생들이 모두 킬러로 자라온 거 아닐까 싶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유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두 베어야 하는 그런 인생이요. 그게 학생들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게 키워진 거죠. 그러다 보니 머리만 커지고 가슴은 쪼그라들어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2012년 돌아온 첫해 함께 공부했던 학생이 집 근처로 찾아왔습니다. 4년 여 만의 만남, 여전히 많은 것들이 통하는 친구였습니다. 제가 선생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느끼도록 만드는 성숙한 학생들이 있는데 이 친구가 그렇습니다.

밥과 차를 나누며 두 시간 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이 사회가 ‘킬러’들과 ‘베인자’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직접 상해를 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는 ‘승자’로서 세계 위에 군림하고, 그 과정에서 ‘도태된’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터러시와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숲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공인 숲 해설가이기도 한 친구는 소위 ‘숲 리터러시’에 대해 말해주더군요. 그리고 안도현의 시 <무식한 놈>을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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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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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가 가슴에 박혔습니다. 아프더군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리터러시’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저를 둘러싼 대자연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로 인간이 만들어 낸 기호체계와 미디어만을 들여다 보고 있는 제 모습이 반성되더군요.

그래도 마음 넓은 이 친구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저와 절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헤어졌네요.

고마운 만남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삶을위한리터러시
#숲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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