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생산의 주체 키우기

약 10년 전.
학술 영작문을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이런 활동을 했다.

“이 디지털 카메라로
이곳을 이렇게 또 저렇게 찍어볼게요.
같은 세계라도
다른 각도, 거리를 확보하니
다른 빛깔,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되죠.
물론 여기에서
카메라 모드를 바꿀 수도 있어요.
자동으로 할 수도 있지만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
노출 우선 모드,
풀 매뉴얼 모드 등을 사용할 수 있죠.

언어는 어떨까요?
한 가지 사건을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이 사진을 보세요.
여러분을 찍은 건 아니지만
어제 밤 피아노를 치던 자기 자신이라고
상상해 보죠.
이걸 어떻게 언어화할 수 있을까요?
어떤 어휘와 어떤 문법을 동원해서
의미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생각해 봅시다.
사진을 통해 세계를 포착하는 일과
언어를 통해 세상을 표현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면에서 다를까요?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것들을 조절해서
어떤 효과를 얻어낼까요?
글을 쓴다면
어떤 요소들을 조정해서
어떤 의미를 빚어낼까요?
그건 사람들에게
어떤 감각과 생각을 안겨줄까요?

사진과 언어만은 아니죠.
음악도, 미술도, 건축도, 안무도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체험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의미를 만드는 주체로서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요?

여러분에게는 이미
의미를 만들어 내는 기예가 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죠.
그것을 더 갈고 닦아서
쓸모있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지요.

글쓰기 수업이지만
이번 주에는 이렇게
‘의미생산자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한 문법과 어휘에 대한 걱정은
조금 접어놓고 말이죠.”

돌아보면
초기의 수업에서
더 과감한 시도들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은
‘리터러시’라고 묶을 수 있는
광의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디딤돌이 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었다.

가끔은 나 자신이
‘영어선생’으로 규정되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물론 영어를 중심으로
많은 것들을 연구하고 가르치지만
결국 추구해야 할 것은
다양한 미디어를 소화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는
의미-디자이너(the designer of meaning) 나아가,
의미생산 주체(the meaning-making subject)가 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니 말이다.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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