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단상

Posted by on Feb 18, 2020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1.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국뽕’이 들어간 표현을 심심찮게 본다. 이 단어가 집어 삼키는 현상의 범위가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예전 같으면 ‘국뽕’을 언급하지 않을 현상들에 대해서도 이 단어가 동원되는 것이다.

2. 재미있게 생각하는 연어(collocation; 함께 나올 확률이 높은 단어들)는 ‘국뽕에 취한다’이다. ‘취한다’는 ‘술취하다’와 같은 의미이지만 조금 비틀어 보면 무언가를 소유로 삼는다는 뜻도 있다. 즉, 국뽕은 ‘취하게 하는(intoxicate)’ 것이지만 ‘취하는(take)’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취한다’는 표현으로 장난스럽게 ‘책임을 회피’하지만 그 이면의 의도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3. 돌아보면 언어가 포섭하는 세계가 멋없이 확장될 때 그 언어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나만 알고 있던 밴드가 인기를 끌면 마음이 멀어지는 것과도 관계가 있으려나.

4. ‘팬질’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잠깐 아카펠라 그룹인 <Take 6>의 동호회를 만들어 몇 번 음악감상 모임을 갖기도 하고 라이브 공연을 함께 관람한 적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참 재미없게 살았다.

5. 그러고 보니 사진도, 음악도, 글도 온전히 나를 사로잡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성향이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하나에 홀라당 마음을 빼앗기지 못했기에 이것 저것을 잘 조립해서 가르치는 일을 택한 것 아닐까 싶고.

(이거 봐. 국뽕 이야기하려다가 거기에 빠지지 못하고 딴 소리 하면서 끝나는 거. 글도 엄청 짧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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