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Posted by on Feb 20, 2020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삶을 위한 리터러시(가제)>의 최종 교정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탈고하고 마음이 헛헛하여 한 주 남짓을 생산성 제로로 보냈습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사두고 안봤던 책들을 전전하며 학술적인 작업에 힘을 쓰지 못했죠.

이런 슬럼프를 겪으면서 ‘지속하는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번 책 작업을 함께한 선생님이나 페이스북에서 연구 이야기를 올리시는 여러 분들을 보면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의지를 느낍니다. 그걸 의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끝없는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겐 그런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니, 확실히 부족합니다.

뭔가 하나를 마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나면 어김없이 허전함이 찾아듭니다. 성취의 기쁨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바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이번에도 겨우 일을 마쳤네, 더 열심히 한다고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이런 일시적 무력감을 완전히 떨쳐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의지나 자세의 문제라기 보다는 성향의 문제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걸 이겨내는 힘은 사회적인 관계, 커뮤니티의 지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논문까지 써놓고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나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2013년 2월에 <인지언어학 이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2-3년 쓰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게 4년, 5년, 6년이 되더니 이제 만 7년에 이르렀습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길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네요.

처음부터 큰 청사진을 갖고 시작한 일이 아니어서 원고는 울퉁불퉁합니다. 그때그때 마음에 이끌려 쓴 글도 제법 되고요. 그러다 보니 하나로 묶기에 적당치 않은 글이 1/3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흔 꼭지 정도는 다듬고 보강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1-2년 더 쓰고 그간의 원고 2/3 정도를 고쳐써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놔야 그나마 좀 손을 댈 것 같네요.

3. 소셜미디어에서 믿을 수 있는 지인 몇몇과만 관계를 맺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분들을 봅니다. 존경스럽고 또 부럽습니다. 저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 같거든요. 이곳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의 글을 보며 많이 배우고 또 좋은 기운도 받지만, 아무런 교류 없이 타임라인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페친도 적지 않네요. 가끔은 제가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눈엣가시’가 된 건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그런 면에서 Unfollow는 편리하고도 비정한 기능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계속 엉거주춤 살아갈 수밖에 없겠죠. 좋은 글 써주시고 대화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4.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많은 일들, 그 중에서도 의심과 혐오, 공포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최전선에서 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계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 사태가 빨리 수습되길 기원합니다.

한편 외출과 만남을 대폭 줄이다 보니 생활이 참 단촐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번잡한 일들이 참 많았구나 싶은 겁니다. 앞으로 좀더 단순한 삶을 꾸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5. 앗, 벌써 자정을 훌쩍 넘겼군요. 어지러운 세상, 모두 몸도 맘도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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