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진실, 그리고 권력

권력이 있다는 것은 단지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이 아니다. 권력이 있다는 것은 권력을 행사할지 말지, 또 어떻게 행사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와 맥락에 따라 권력의 강도와 범위를 그때그때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권력이 없다는 것은 단지 의도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상대의 권력행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특정한 맥락 속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힘조절’로 봐야 할지를 계속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권력없음’의 이중고가 드러난다. 권력이 없기에 실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다가, 상대의 의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하는 입장에서 설명되지 않는 공포심, 심리적인 피로감이 쌓여간다. 힘이 없기에 신경을 계속 써야 하고, 두려움과 싸워야 하고, 이것이 또 다른 무력감을 발생시킨다.

모든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에 선 사람이 ‘나도 힘들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진심일지 모르지만 진실은 아니다.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을 서슴없이 진실이라 말할 수 있다면 그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권력이 주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대 소셜미디어 지형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진심을 진실이라 단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1)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진심을 ‘과도하게’ 느끼고 (2) 그것을 유려하게 표현해내면서 (3) 추호의 의심 없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현실에 있지 않을까 싶다.

모두에게 진심이 있지만 모두가 진실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끈질기게 응시하고 기억하고 사유하는 자들에게도 무척이나 드물게 허락된다. 모두가 그저 진실한 세상에서 나는 자주 어지럽다. 누군가는 나 때문에 그렇게 어지러움을 느끼겠지만.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삶을위한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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