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수, 조규찬

Posted by on Feb 25, 2020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조규찬의 노래를 들으며
그가 이젠 정말 나이든 가수가 되었구나 싶다.
‘오래된 가수’
그의 표현으로는 그렇다.

<그날의 온기>는 아예 대놓고
옛날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노스탤지어에 버무려 내더니
이번 곡 <오래된 가수>는
그렇게 지난 날을 반추하는
‘생활인이 된’ 일상을
체념했으나 방기하지 않을 눈빛으로
찬찬히 응시한다.

어쩌면 ‘추억팔이’라고 불릴만한
이 두 곡을 관통하는 정서는
찌질함을 감싸는 따스함이다.
어쩔 수 없음을 받아안는 너른 품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음악에 꽤 긴 시간을 쏟아부은 아마추어로서
객기섞인 평을 해보자면
조규찬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노래까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걸 충실히 해내는 가수다.

그런 그가
<해 지는 바닷가에서 스털링과 나는>에서
아빠로서 느끼는 사랑과 애틋함을 노래하고
<중년>에서는 나이듦의 쓸쓸함과 호젓함을 읖조리며,
<Someday We will be Together>에선
이별과 만남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있음을 말한다.
나이듦의 아름다움과 상념,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의 엄연한 힘을 담은 음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가
‘오래된 가수’로서
멋지게 성숙해 가는 것 같다.
‘기호품일 뿐인’ 음악을 만든다고
한숨을 내쉬는 것 같지만
결국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일상을 보둠어 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자칫 클리셰가 될 수 있는
‘고마워요’라는 말을
참 멋지게 해내는 그를
본받고 싶다.

내 인생 작은 소망은
영혼을 담아
‘고맙습니다’를 말하는 것.
막던지는 Thank you가 아니라
나를 만들어 온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인사를
빚어가고 싶다.

내 곁에 와 주어서
살아있어 주어서
먼저 떠나가 주어서
언젠가 함께해 줄 거여서
고마운 사람들.

요즘은 그냥
시도때도 없이 고맙다.

===

이제는 꿈의 시효도 끝난
이제는 현실에 맹종하는
잊혀짐에 익숙한
생활인이 된 나는 오래된 가수

한 때는 새 노래를 내놓으면
한 때는 인터뷰 제의도 들어오곤 했던 나였지
그 땐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어
이젠 모두 다 지난 일 이제는

어쩌다 고작 별 네 개짜리의 가수가 됐느냐는
동정어린 댓글을 받는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요새 난 자주 고민에 빠져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자문하곤 해
가수 생명은 이제 끝나지 않았냐고
더 버티면 버틸수록
더 초라할 뿐

사랑받기엔 너무 말라버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꽃잎도 잎사귀도 없는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그럼에도
이런 내 노래를 들어주는 그대여
고마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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