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두 가지 역량

Posted by on Mar 1, 2020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감염이 되는 순간 사람(person)은 보균자이자 매개체(carrier)가 된다. 적어도 공공영역에 있어서 해당 감염자의 정보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호스트의 실제적/잠재적 위험에 대한 통계’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감염병 유행 사태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비극’이다. 사람들에게 번호가 매겨지고, ‘접촉자(contact)’의 수가 공개되고, 동선이 소상히 까발려진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와 방역당국은 인격체(character)가 아니라 감염과 관련된 요인(factor)으로서 개인을 다루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량이 두 영역에 걸쳐 있다고 본다. 첫번째로는 감염병을 효율적으로 막기 위한 역학적 역량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도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대하는 차원이다. 전자가 ‘기술’로서의 역량이라면, 후자는 ‘돌봄’으로서의 역량이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어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다.

지금 우리는 한 순간 ‘캐리어’가 되어 ‘추적당하고 격리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한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넓게 퍼져 있다. 이 상황에서 사회가 나를 감염원이자 정보쪼가리로 처리하며 낙인찍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떨까? 당연히 사회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병에 걸리는 것이 인격을 송두리째 침해당하는 경험이 되기 때문에 사회가 나를 격리하기 전에 나 자신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사례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환자들을, 접촉자들을, 특정 지역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가족으로, 동료 시민으로, 우리들의 또 다른 고향으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로 대해야 한다. 감염이 인격과 관계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마음과 관계와 인격을 무력화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시스템을 보완함과 동시에 서로를 보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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