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1. 아무리 봐도 인스타에서 내 글이 제일 재미없다. (페이스북 글을 거의 재탕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재미없을지는 짐작하실 수 있을 듯.) 그런데도 소수의 친구분들은 꼬박꼬박 하트를 날려 주시고 급기야는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태그를 팔로우하는 분들까지 생겼다. 낯선 곳에서의 환대란 이런 느낌일까.

2.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강사 등의 생계가 실질적 위험에 처한 가운데 여러 작가님들의 공동 메일링서비스를 접했다. 한분 한분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니 많은 독자들이 호응해 주겠지 싶었다. 나는 뭘 메일링할 수 있을까 싶은데… 없다. 진짜 없다. 이메일 답장이나 잘하자. 그것도 나름 메일링.

3. 한 페친께서 집안에 칠판을 들여놓고 강의를 촬영하시는 걸 보고 급 부러워졌다. 나름 손글씨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칠판에 필기하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집안에 중대형 칠판을 들여놓는 게 마냥 달갑진 않다. 이 사태가 잦아들면 어딘가에서 필기를 하며 멋진 동영상 강의를 찍어 보리라. (보시는 분들을 위해 마스크는 대형으로 껴야겠다. 그땐 살 수 있겠지?)

4. 아무리 안나가도 식료품을 사러 종종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엘리베이터에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는 안내가 붙었다. 공포는 말을 타고 사람들에게 침투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엘리베이터 내에서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라는 말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톤으로 공포/정보를 전달한다. 얼마 전까지 별 생각 없이 동네 한바퀴를 돌고 왔는데 이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마스크를 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은 이쑤시개로 층수 누르기일까?

5. 모 기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서로 다른 마스크를 지급했다는 기사를 읽는다. (누가 성능이 더 좋은 마스크를 받았는지는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회사측에서 해명한답시고 한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차등 지급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차별의 잔혹함이가 몸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얼굴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계급을 얼굴에 새기려는 것만큼 잔혹하고 뻔뻔한 것이 있을까?

6.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기저질환을 가졌는지 여부가 증상과 회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사회에서는 계급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상과 자유와 존엄을 규정한다. 어떤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거의 모두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정치경제적 바이러스’인지도 모르겠다. 치료제라고 내어놓는 것들은 열정, 태도, 노오력, 자기계발 따위인데 그것으로 ‘치료’ 될 리가 없다. 치료로 인정한다 해도 일종의 ‘연명치료’인데, 거기에 들어가는 방대한 비용은 각자가 부담해야만 한다.

7. 지레 절망할 필요도 없지만 그다지 신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미신적이지만 7번을 굳이 넣어 보았다. 감사한 것은 이렇게나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있어 버티고 또 계속 걸을 수 있다는 것. 해가 지는구나. 저녁으로는 깻잎을 넣은 비빔국수를 해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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