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Posted by on Mar 9, 2020 in 단상, 수업자료, 일상 | No Comments

1. 감염병 확산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화두다. 지금 꼭 필요한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평소에도 한번도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빈부가 갈라놓은 사회계층. 반듯하게 구획된 공간 안에 ‘갇혀’ 아예 서로 스칠 일이 없는 이들. 장애인 시설을 끝까지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그런 것들에 마음이 가 닿으면 이 사회로부터 정말 멀리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2.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정책적 사안에 ‘착한’이라는 용어가 붙는 건 마뜩치 않다. 개인적으로 어떤 임대인을 ‘착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부정책에 ‘착한’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게 어떤 의미와 효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착한 가격, 착한 세일, 착한 집안, 착한 기업, 착한 임대인… 도덕적 평가의 언어가 자본과 정책에 결합하는 건 정확히 직면해야 할 문제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3. 이번 학기 <사회언어학과 영어교육>, <영어교육과정> 두 과목을 강의한다. 첫 주 수업은 16일에 시작된다. 어제와 오늘 양일에 걸쳐 1교시에 관한 준비사항을 상세히 공지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학기인데 벌써 떨린다. 미뤄두었던 원고의 마감이 떼지어 달려오고 나는 꼼짝없이 녀석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잘 버티고 잘 가르치고 잘 배우고 잘 기록하자. 무엇보다 웃음을 잃지 말자.

4. 안타깝지만 누구든지 나를 미워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을 때 어떤 사랑도 당연하지 않다. ‘기적같은 사랑’이라는 말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명명이 아니라 확률적 불가능성을 거역하는 환대에 대한 찬사이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묵묵히 곁에 서주는 사랑이라는 기적에 감사한다.

5. 방학이 다 갔다. 긴긴 어둠의 터널에서 서서히 밖으로 나올 시간이다. 눈부신 하늘이 기다리지 않더라도 숨을 한껏 들이 마시고 또 내뱉고 싶다. 새로운 만남 속에서 설렘을 다시 찾고 싶다. 별것 아니지만 배움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 준비가 다 되었느냐고? 그렇지 않아도 언제든 시작할 수 있었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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