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란 무엇인가

Posted by on Mar 28, 2020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반년 넘게 응용언어학 분야의 연구자 두 분과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다. 두 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만나 그간 각자의 삶을 나누면서 일상, 연구, 수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어진 포맷은 없고 각자 성찰적 내러티브를 쓰고 자유롭게 나누는 방식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함께하는 두 분께 많이 배우고, 나의 지금을 만들었던 시절을 돌아보고, 무엇보다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지난 모임에서는 ‘연구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이 나왔다. 학문 분야에 따라 연구가 포괄하는 영역을 다르게 인식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응용언어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논문을 쓰는 일에 국한시켜 연구를 개념화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짐작컨대 ‘논문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연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고 계실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비롯한 많은 응용언어학/TESOL 연구자들은 ‘연구는 못하고 딴일/딴짓 하느라 바쁘다’는 말을 종종 한다.

한편으로 ‘연구란 무엇인가’를 논의하며 논문보다는 대중적인 작업에 집중한 지난 몇 년이 떠올랐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수년 간 기록하여 에세이를 쓰고, 석사과정 이후 영어교육에 대해 고민해온 바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비판적 리터러시 관련 도서의 번역에 참여하고, ‘삶을 위한 리터러시’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정리한 대담집을 내려 하고, 영어로 논문쓰기를 나름대로 정리하여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만나고.

그러고 보니 시쳇말로 ‘취업과 승진에 도움 1도 안되는’ 일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연구인가, 아닌가? 누군가에겐 연구처럼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연구가 아닌 딴짓으로 보일 것이다. 울트라 꼰대가 있다면 철없는 이의 ‘헛짓거리’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결론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연구냐 아니냐 선을 긋는 건 짓고 배우고 살아가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치렁치렁 나를 합리화하는 논리인 것 같지만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그걸 바꿀 이유는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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