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Posted by on Apr 21, 2020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1. 공지가 떴다. 이론 중심의 수업은 학기말까지 온라인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상 처음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기말고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2. 학교방침에 따라 ‘모든 수강생이 동의한다는 조건 하에’ 학점을 S/U(Successful/Unsuccessful)로 바꿀 수 있었다. 학생들이 투표를 원해서 돌렸더니 약 1/3이 절대평가에 기반한 기존 학점체계(A, B, C 등)를 요구했다. 단 한 사람의 반대만 있어도 S/U 학점 시행은 불가하기에 2/3 정도의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학점체계를 따르게 되었다. (통계적으로 아무런 의미는 없지만) 이 두 학점을 선호하는 학생의 비율이 흥미롭다.

3. 집이 학교가 되었으니, 이제 학교가 집이 될 차례 아닐까. 예전에 서울비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듯이, 학교라는 공간은 편안함 보다는 규율에 중심을 둔 공간이다. 널브러져 있거나 누워서 뭘 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소위 글로벌 대기업들의 ‘창조적 사무공간’과 휴식시설은 칭송되지만 학교공간을 그렇게 개조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교과교실이나 도서관 등의 시설에 상당한 재정을 투자하는 학교가 늘고 있으나 ‘학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네모반듯 책걸상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학생수가 급감하는 지금, 공간에 대한 급진적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4. ‘직설법’만 남은 언어라면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될까? 메타포도, 환유도, 암시도, 풍자와 비꼼도, 아이러니도, 완곡어법도 없는 언어라면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질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언어와 결합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그거 참 잘됐네.”가 오만가지로 이해되진 않을까? 결국 의미다양성의 문제는 직설적/비유적 언어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삶의 문제 아닐까?

5. 정부재정에 대해 문외한이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국민 재난수단 지급’ vs. ‘하위소득 70%에만 지급’ 논쟁에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상황이 위급하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확실하지 않은가?. 문득 생각난 것은 IMF시절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98년 당시 우리국민은 약 21억 3천달러어치의 금을 국가에 모아 주었다. 당시 돈으로 2조가 넘으니 인플레를 고려하면 지금은 엄청나게 큰 돈이 될 것이다. 뻘소리인 걸 알지만, 그때 준 돈 다시 국민에게 준다고 생각하면 전국민 지급 못할 것도 없을 듯하다. (먼산)

6. 자기말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대화상대와 더 큰 말을 지어가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씨줄과 날줄 모두가 자기에게 나오고, 후자는 자신이 씨줄이라면 상대를 날줄로 본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뭔가 더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 같다. 민의를 대표해야 하고, 미디어에 노출되어야 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해야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상대와 자신의 말을 엮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정치인이 소중하다. 수많은 대화를 한땀한땀 엮어 정치와 제도를 빚어내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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