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발달 단계 – 한 가지 예

Posted by on May 6, 2020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일상, 집필 | No Comments

1.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2. 열받는다. 가까운 이들에게 열받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3. 다같이 열받는다.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성토한다. 4. 여기엔 분명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어! 왜냐고? 이렇게 여러 사람이 열받았잖아!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는 사람들까지 음모론에 넘어가는 걸 보면 (1)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2) 부족주의적 사고가 지식과 경험 따위는 우습게 박살내거나 (3) 튀고 싶은 욕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떼어낼 수 없을 만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욕망을 채운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팬덤에 합류한 이들은 비판자들을 ‘불만충’ 취급한다. 자기가 믿었던 것과 반대의 진실이 드러나도 자기는 훌쩍 ‘커’ 있다. 이 정도면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

사실이 의견보다 중요함을 넘어 사실이 욕망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겨야 할 시대 아닌가 싶다. 진실을 추구하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 만큼 부족을 규합해 우월함을 성취하려는 열망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져도 괜찮다’, ‘소수여도 괜찮다’, ‘나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감각 아닐까. 논리와 과학이 필요한 만큼 무너지지 않는 세계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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