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 뒤의 전치사에 관하여

a. He was relieved by what he saw.
b. He was relieved about what he saw.

이 둘 중에 뭐가 맞나요? 저는 relieved 다음에 by와 about이 다 된다고 배웠는데 말이죠. 네이티브 두 명에게 물어보니 by가 맞다고 하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고요.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about과 by의 의미차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주신 두 표현 (relieved about / by) 중에 뭐가 맞느냐는 건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By”는 그 뒤에 동작주(agent)나 원인(cause)을 나타내는 표현이 주로 옵니다. 따라서 주신 문장이 “그는 그걸 보고 안심이 되었다”는 의미라면 He was relieved BY what he saw.가 되어야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about은 말 그대로 ‘~에 대해’, ‘~에 관하여’라는 의미입니다. 뒤에 나오는 것이 relieve를 하게 한 agent나 cause라기 보다는 대상(object)인 것이죠. 따라서 “After hearing the news, he was relieved ABOUT the situation in New York.”라고 말하는 것이 좀더 적절하겠죠. 뉴스를 들은 게 원인이 된 것이고, 뒤에 나오는 ‘the situation in New York”은 안심의 대상이 되니까요. (그래서 ‘소식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의 적절한 번역은 “She was relieved BY the news.”입니다. By 대신 about을 쓰면 상당히 어색하죠.)

그렇다면 다시 He was relieved about what he saw.에 대해 ‘by’를 써야 한다고 말한 원어민의 직관으로 돌아가 보면, 사실 이건 표현에 대한 개인적인 직관이라기 보다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인 직관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맥락 없이 저 문장이 주어졌을 때 by냐 about이냐 하는 것은 ‘what he saw’와 ‘He was relieved’ 사이의 관계와 밀접하게 엮여 있는 것이죠. 보통 뭔가를 걱정하고 있다가 어떤 상황을 목격했을 때 안심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저만치 가던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가서 살펴보니 상처도 없고 특별히 다친 곳도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는 경우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what he saw’에 의해서(by) ‘was relieved’되었다고 보는 게 적절하겠죠.

다른 상황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뭔가를 목격했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본 거죠. 그런데 점심을 함께 하고 있는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어이, 김성우 선생. 그 뉴스 봤어? 요즘 나오는 공룡 장난감에 유해물질이 장난이 아니라는데?” 저는 갑자기 아까 봤던 장면이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애들한테 무슨 해가 있을까 하고요. 그래서 뉴스를 찾아봅니다. 검색해 보니 모든 공룡 장난감이 그런 건 아니고, 특정 브랜드만 그렇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제서야 저는 아까 봤던 장면에 대해(about) 안심이 됩니다. 뉴스에서 지적한 브랜드가 아니니까요. 이때는 “He was relieved ABOUT what he saw.”가 좀더 적절할 것입니다.

우리가 원어민에게 A/B 중에 뭐가 맞느냐고 물을 때 종종 놓치는 것은 A와 B를 “Either A or B”의 관계로 놓는 것입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코퍼스 툴을 찾아보면 둘 다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명한 출판물에 올라가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여기에서 빈도(frequency) 뿐 아니라 그 두 표현이 갖고 있는 의미적/개념적 차이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By와 about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고요.

이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맥락이고 두 번째는 해당 표현의 기초적인 의미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안심이 된다’와 ‘무언가를 목격하다’ 사이에 성립하는 가장 일반적인 관계는 ‘뭔가를 보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안심이 되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상황이라면 ‘목격한 것에 관하여’가 될 수도 있죠. 또한 by와 about이 가지는 어휘적 개념도 중요합니다. 이것을 고려해야겠죠.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 두 표현이 칼로 무 자르듯 딱 갈리진 않을 겁니다. 그 경우에는 비원어민 뿐 아니라 원어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고요.

덧.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시고 “relieved about the situation.”과 “relieved by the situation.”을 exact match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시면 about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인지언어학이야기 #수동태 #전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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