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착한 사람들

Posted by on Aug 31,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어머니랑 식사를 하다가 로빈 윌리암스가 죽기 전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구나. 근데 우울증으로 힘든 사람이 왜 점점 많아지는 거 같냐?”
“점점 많아지는 건지, 아니면 원래 많았는데 점점 더 많이 발견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우울증이 그저 남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죠.”

사실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꺼내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꽤나 오래 전이지만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걸 ‘격렬하게’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장육부가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정신이 약한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이 걸리는 거지.”
“어머니…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 안하셨잖아요?”
“물론 지금도 각자가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살다 보니 마음이 투명하고 맑은 사람이 잘 걸리는 것 같더라. 여리고 착한 사람들 말이야.”
“네네. 그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죠. 제 아는 친구 중 하나도 교통사고 때문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경우가 있었는데… 참 좋은 친구거든요. 활발하고 배려잘하고… 자기가 우울증 앓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대요.”
“그랬구나. 넌 우울하고 뭐 그런 거 없지?”
“네네 없어요. 어머니도 그런 거 없으시죠?”
“엄마야 괜찮지.”
“힘들고 우울하고 그러면 바로 바로 연락하세요. 혼자 삭히지 마시고요.”
“걱정하지 마. 엄마가 이 정신이 강하잖아.”
“네. 알죠. 그래도요.”

돌아오면서 ‘여리고 착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힘겨워도 하소연 않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 사람들, 계산할 줄 몰라 마음 송두리째 다 주어버리는 사람들, 바른 길 내려 거대한 힘과 맞짱뜨는 사람들, 아픔을 주지 않으려 아픈 상처 보듬어 안는 사람들… 맘 속에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려 본다.

그런 이들이 우울증으로 더 고통받는지에 대한 과학적 답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그런 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욱 암울해질 거라는 생각은 점점 굳어져 간다. 아 우울해…

9월에는 기쁜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4. 8월의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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