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linguistics 22

Posted by on Jun 20, 2018 in 단상 | No Comments

타지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해외 학회에 가기로 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일이라 결단이 필요했는데… 맙소사, 발표가 아침 여덟 시에 잡혔다. 하루 이백 여 개의 세션이 열리는 대규모 학회라 같은 시간대의 발표도 꽤 된다. 2010년이었던가. 월드컵 준결승할 때 발표했던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아침 여덟 시. 소개해 주는 분, 청중 둘, 그리고 나. 질의응답 할 때 다 되어서야 두어 사람이 더 들어오더라. 한국의 반503 촛불시위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좀더 왔으면 좋겠다. 아 그전에 어디선가 헤매고 있을 학회 프리젠테이션 용 영어 좀 찾아봐야겠다.

‘단독’의 심리학

Posted by on Jun 14, 2018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단독] 잠시 후 별 영양가 없는 포스트 공유 예정

뉴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카톡방이나 메신저의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지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내가 접했다’라고 생각하는 심리라고 합니다. 언론 신뢰도 최하위권 국가에서 ‘정보기관’의 일원이 된 듯한 정체성은 달콤하죠. ‘단독입수’에 대한 자부심이 더 많은 공유로 이어지는 듯하네요.

왜 제가 싫어하는 종편들이 그토록 [단독]에 집착하는지 알겠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Posted by on Jun 14, 2018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 구닥다리 같지만 여전히 종종 접하게 되는 문구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분열”은 ‘하나로 존재하던 사물이나 집단, 사상 따위가 갈라져 나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사에 있어 한 번도 하나였던 적이 없었던 진보가 분열로 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통합’과 ‘분열’이라는 틀로 진보의 흥망성쇠를 설명하려는 것은 (1) 여전히 통합의 수사를 전면에 앞세우는 일부 진보의 관점에서 정치지형을 바라보는 일이자, (2) 진보가 지향하는 다양성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프레임에 갇히는 일 아닐까 싶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뜬 개념의 실체

Posted by on Jun 10, 2018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요즘 흘기게 되는 어구 셋

1. “AI가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2. “뇌과학의 최신 성과에 따르면”
3. “역량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뜬 개념은 대개 부풀려진 개념이다. 1, 2, 3이 동시에 나오는 글은 패스하는 것이 좋겠다. (쿨럭)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세금을 때리다’

최근 들어서야 “관세를 매긴다”라는 뜻의 비격식 표현으로 “slap tariffs on ~”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궁금한 것은 ‘관세를 때리다’가 이 표현의 번역일까 하는 점이다. 두 언어에 비슷한 개념화가 일어나고 있는게 흥미롭다. (참고로 slap은 ‘철썩 때리다, 때려 붙이다, 쾅 놓다’등을 뜻하고, ‘김치 싸대기’는 ‘Kimchi slap’으로 번역될 수 있다.)

https://forum.wordreference.com/threads/to-slap-tariffs.3345811/

타인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에 대하여

Posted by on Jun 10, 2018 in 단상 | No Comments

1. 타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는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도무지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2. 우주를 이해하는 인류의 여정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개인적인 노력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작동한다.

3. 시도 때도 없이 관심법을 시전하는 이들에게는 무관심이 필요하다.

4. 종종 ‘이해하기 위한 집념’보다 ‘오해하지 않으려는 신중’이 더 나은 태도이다.

5. 무엇이든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끔찍한 형벌은 무엇이든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앎은 모름을 줄여가는 과정이지만 몰라도 되는 것을 판단하는 능과 함께 가지 못할 때 오해로 가득한 오만으로 몰락한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TED 공식 Speaking Guide

TED의 책임 디렉터 Chris Anderson이 쓴 TED강연 공식 가이드입니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Presentation Literacy”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대중강연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본사항을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평이한 영어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렵지 않구요. 책에 나오는 강연들이 플레이리스트로 정리되어 있어 강의하기에도 좋습니다.

한 해 동안 이 교재에 살을 붙여 강의를 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청소년들과 함께 강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관심분야에 관한 강연을 만들어 보는 수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강연 재생목록
https://www.ted.com/playlists/324/the_official_ted_talk_guide_pl

도서 공식 페이지
https://www.ted.com/read/ted-talks-the-official-ted-guide-to-public-speaking

놀람의 이유

Posted by on Jun 10, 2018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누군가의 행동에 놀란 경우, 대개 놀라움의 원인은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편견이다. 데이터 없는 직관과 메타인지능력의 부족은 잦은 놀람을 수반한다.

#반성중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나침반으로서의 초고

한해 평균 여덟 번 전국영어교사모임 회보인 <함께하는 영어교육>에 글을 싣고 있는데, 이제 마흔 개 남짓의 원고가 쌓였다. 6년 째 쓰고 있는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이야기> 얘기다.

영어교육의 이론과 실제에 익숙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컬럼인데, 인지언어학의 세계관, 언어관을 지지하고 공부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교사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학술논문이 아닌 대중적인 글 두세 쪽 분량으로 언어학 논의와 언어교육을 함께 다루는 일이 쉽진 않지만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쓴다.

요 며칠 초창기에 쓴 글을 흝어보는데 아쉬운 점이 적잖다. ‘왜 이렇게 밖에 설명하지 못했을까?’, ‘여기에서는 왜 그 학자를 언급하지 않았을까?’같은 자책에서부터, 예시나 예문이 별로라는 생각까지 하다 보면 이걸 다듬어 출판할 수 있을지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런 반성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전 프로젝트 매니저 시절의 제품개발 경험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만든 사람들이 기술과 디자인을 꼭꼭 숨겨놨다가 올해 아이폰 첫 번째 모델을 내놓았다면 아이폰 X의 기능과 디자인, 사용성을 담아낼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어떤 제품이든 세상에 내놓아야 다음 방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듯이, 그 어떤 글도 처음부터 온전할 수는 없다.

글의 완성(perfection)은 없다. 완료(completion)가 있을 뿐. 허나 완료된 원고는 완성으로 향하는 나침반이 된다. 방향이 잡히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영어수업

동사 “love의 과거는 loved”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I love you.”와 “I loved you”사이의 심연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수업이기를.

“개”는 “dog”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 모든 개를 dog으로 부를 수 있는 인간의 개념화 능력과, 모든 개를 dog이라 부르는 데서 발생하는 상징적 폭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수업이기를.

“If I were my brother, I would be miserable.”에서 “가정법에서 동사의 형태”를 말하는 것을 넘어, 앞의 “I”와 뒤의 “I”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I임을 이야기하는 수업이기를.

형태와 의미를 함께 가르친다는 것은 단지 해석을 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 시스템의 작은 변화가 삶의 경험들과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는지 보여주는 일임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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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BE동사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첫 문장은 사람이름 + BE 동사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Matthew Paige “Matt” Damon (/ˈdeɪmən/; born October 8, 1970) is an American actor, film producer and screenwriter.” 같은 식이다. 맷 데이먼은 아직 생존해 있기에 be동사의 시제가 현재(is)다.

하지만 고인이 된 경우 시제가 달라진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George Michael의 페이지는 “Georgios Kyriacos Panayiotou (25 June 1963 – 25 December 2016), known professionally as George Michael, wa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 who rose to fame as a member of the music duo Wham!”로, John Berger는 “John Peter Berger (5 November 1926 – 2 January 2017) wa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로 소개된다.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과거형 WAS.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BE 동사가 아닐까.

하지만 우리들의 맘 속에서 그들은 언제까지나 현재형이다. “George Michael I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이고, “John Peter Berger I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인 것이다.

존재’했던’ 것들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
죽음과 삶은 그렇게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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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댐: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것은 기억. 기억과 기억을 연결해 주는 것은 만남. 죽음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것은 기록. 삶과 삶을 연결해 주는 것은 죽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지금, 여기, 우리. (2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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