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어논문쓰기 1강을 마치고

1. 언젠가 영어논문쓰기 강좌 수강생들께 질문을 했다. 논문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분이 있는지. 대부분 대학원생이었고, 전공은 다양했다. 예상대로(!) 단 한 사람도 논문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분명 이 샘플링에는 큰 문제가 있다. 영어논문쓰기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니 안배운 게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이 대답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1) 한국어 논문쓰기도 배워본 적이 없고,
(2) 논문쓰기 강의를 안들었다기 보다는 그런 수업이 없어 못들었다는 취지였기 때문이었다.

2.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리터러시 연구자/교육자들이 종종 던지는데 사실 내겐 참 이해하기 힘든 질문이다.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불)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가르칠 수 있는 데까지 가르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각자의 길을 가도록 하는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모든 면에서 존경스러운 지도교수와 함께 공부했음에도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었다. 텍스트에 대한 피드백은 종종 받았지만 연구, 논문, 학계, 논쟁, 소통 등에 대한 큰 그림을 배우진 못했다.

4. ‘아니 그런 걸 누가 가르쳐 주느냐,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답답해 이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썼고, 직접 강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별것 아닌 강의이지만 ‘대학원생 모두가 들어야 하는 강의’라는 찬사도 적잖이 들었다. 이런 응원의 목소리 덕에 지금도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5. 3년 째 영어논문쓰기를 가르치면서 대략 200여 명의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을 만났다. 그중 한 사람도 대학원생으로서 논문읽기와 쓰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 담장 밖 논문 관련 사교육의 발흥은 참으로 개탄할만한 일이지만 리터러시교육이라는 대학교육의 핵심목표를 대학 스스로 외면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6. 법률가는 법률가처럼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다. 행정가는 행정가처럼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연구자는 연구자처럼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다양한 영역에서의 전문성은 그 분야의 지식을 소화하여 말하고 쓸 수 있느냐 아니냐가 결정한다.

7. 지금의 대학이 학생들이 지적 세계를 구축하고 그에 대해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꼭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8. 이런 단상을 남긴 게 여러 번이다. 적어도 지난 5년 여 대학의 학술리터러시 관련 강의와 정책에서 이렇다할 변화를 목격하지 못했다. 매학기 강의에 깊이를 더하는 일부 교수자들의 개인적 시도 외에는 말이다. 그저 내가 과문한 탓에, 활동영역이 좁디 좁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뉴욕타임즈-PBS NewsHour 북클럽

Posted by on Jan 4, 2018 in 링크, 삶을위한영어공부 | No Comments

뉴욕타임즈와 PBS NewsHour의 공동 북클럽 프로젝트 Now Read This. 아래 링크한 Now Read This 커뮤니티에 가입한 후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저자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북클럽의 첫 책은 Jesmyn Ward의 소설 <“Sing, Unburied, Sing>. 보통 언론의 서평 대상이 될 책을 고르는 기준과는 조금 다르게 현재 미국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를 다룬 책을 선정한다고. 참고로 Jesmyn Ward는 두 차례에 걸쳐 National Book Award 소설부문 당선작을 낸 최초의 여성작가다. (2011, 2017)

https://www.facebook.com/groups/NowReadThisBookClub/about/

삶을 위한 영어공부 브런치

2018년 한해, 영어교육에 관한 그간의 고민과 강의자료를 정리하여 컬럼 형식으로 써낼 예정입니다. 여러 분들께서 추천해 주신 브런치를 택했고, 발행시마다 페이스북에 소개드리려 합니다. (페이스북이 여러 분들을 뵙기에는 좋은데 글을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것 같아서요. ^^)

제 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literacy 이고,
(브런치를 하시는 분들은 그곳에서 또 뵙겠네요. ^^)

아래는 여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literacy/1

고맙습니다.

그날이 오면

Posted by on Jan 1, 2018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그날’은 오지도 안오지도 않아.

지금 살아있는 그리고 기억되는 우리 모두가

그날의 ‘1/n’일 뿐.

순간 순간 우리의 선택이

그날을 불러내기도, 거둬들이기도,

욕되게도 하지. — <1987>을 보고 나오며

일상스케치

Posted by on Dec 30, 2017 in 강의노트, 일상 | No Comments

1. 강좌기획, 강의장 섭외, 연락 돌리기, 재정관리, 유인물 준비 등 모든 업무를 혼자 감당하려니 조금은 벅차다. 그래도 방학에 국한된 일이니 이렇게 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2. 강좌에 못오시는 분은 미리 알려달라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으나 결국 입금기한을 넘겨 의사를 표현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의사표현이라기 보다는 잠수에 가깝…) 한두 분이면 그러려니 할텐데 ㅠㅠ 왜 그러는지 답답하다.

3. 한 친구와 새로운 합동강의 포맷을 고민중이다. 일을 궁리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 시작하면 또 좌충우돌이겠지만. :)

4.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다. 다른 일이 끼어들어서 그랬지만 이렇게 긴 학기는 처음이다. 내일 성적처리를 마치고 바로 논문쓰기 강좌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5. 방학[放學] 학교를 놓음. 즉, 학교 밖에서 일함. ^^

6. 채점의 무료함을 도저히 이기지 못해 넷플릭스에서 <맨헌트: 유나바머>를 봤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을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전편에 법언어학(forensic linguistics) 이야기가 나오므로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재미있게 보실 듯하다.

겨울 계획

아직도 채점과 피드백이 남아있지만 잠시 한숨을 돌리며 결심의 단초를 남겨둔다.

대개의 강사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사회언어학, 교육공학, 어휘문법지도법, 영어논문쓰기 등을 준비하면서 꽤나 많은 궁리와 낙서를 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면 말 그대로 나가 떨어져 두어 주를 헤맨다.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면 다음 학기 강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아쉽게도 많은 고민들은 정리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진다. 나름 치열했던 고민도 시간의 흐름에 덤덤해진다. 디테일은 사라지고 실루엣만 남아버린 ‘폐허’. 악순환이 순환되면 일상이 되어버린다. 이건 아니다.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나와 미래의 학생들을 위해 뭔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겨울은 전체 그림을 그려가며 컬럼 분량의 쪽글을 꾸준히 써내는 방식으로 강사생활의 한 사이클을 매듭짓는 작업에 착수하려 한다.

끼고 가르치기

Posted by on Dec 24,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교과를 직접 가르칠 때 “끼고 가르친다”는 표현을 쓰는 게 흥미롭다. 대표예문: “끼고 가르쳐 봤는데 잘 안되더라고. 자기애 가르치는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어쩌면 ‘끼고’ 가르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관계여서 가르칠 수 없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분명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필요한 거리가 있다.

자아의 경계

Posted by on Dec 23, 2017 in 강의노트, 과학,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비유가 아닌 물리적 실체일 때, ‘자아’란 무엇일까? 몸에 대한 지각이 자아개념의 형성과 발달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두 몸’을 지각하고 살아가는 ‘각각의’ 두뇌에 자아는 어떻게 자리잡는 것일까? 하나의 뇌에 하나의 신체를 갖고 있는 이들이 거의 비슷한 신체적 경험을 하고 있을 때 자아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완벽한 댄스 듀오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첼로 연주자와 첼로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Bateson이 지적했듯 지팡이를 가지고 걷는 시각장애인의 자아(self)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지팡이의 끝인가, 중간 어디쯤인가, 아니면 손잡이 부분인가?

https://thewalrus.ca/how-conjoined-twins-are-making-scientists-question-the-concept-of-self

TTS와 원어민주의

외국어학습에서 “원어민주의(native-speakerism)”는 강력한 영향을 발휘해 왔습니다. 이데올로기로서의 원어민주의(-ism)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학습자들이 내재화한 “원어민이 구사하는 외국어가 최고이며 유일한 기준”이라는 생각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원어민의 권력이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아무래도 발음이 아닐까 합니다. 정확한 문법과 적확한 어휘를 사용하더라도 발음이 ‘구리면’ 절.대. 외국어를 잘한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죠.

최근 IOS 11과 구글 번역기의 TTS(Text-to-Speech;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술)를 만족하며 사용중인데, 아래 링크는 또 다른
차원의 구글 TTS 를 선보이네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https://google.github.io/tacotron/publications/tacotron2/index.html

음성을 들으며 간단한 가상대화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성우: 야, 너 이번에 새로 나온 구글 TTS 발음 들어봤냐?
우성: 응. 진짜 장난 아니더라. 이제 사람들이 발음교육에 신경을 좀 덜 쓰지 않을까? 통역기도 엄청 빨리 발전하던데… 몇년 지나면 한국어로 말하면 완벽한 영어발음으로 나올 거 아냐.
성우: 음… 그럴까? 그럼 원어민주의도 좀 덜해지려나?
우성: 무슨 말이야?
성우: 원어민주의란 말이지 블라블라…
우성: 역시 ㅅㅁㅊ. 그래도 잘 설명했으니 용서해 준다. 근데 그래도 원어민교사에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진 않겠지.
성우: 그렇겠지. 하지만 나중에 학생들이 이런 말 하면 원어민 교사 기분이 어떨까?
우성: 무슨 말?
성우: (장난스럽게) “선생님! 근데 선생님 발음 TTS보다 안좋아요. 그냥 TTS로 들려주시면 안되나요? 거기 버전 중에서 다니엘 레드클리프랑 아만다 사이프리드 목소리 좋은데.”
우성: 아…………

과연 TTS의 비약적 발전은 원어민주의의 위력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가져올까요? :)

덧.
원어민주의가 비이성적으로 과도해지면 완벽한 원어민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을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 관행을 부르기도 합니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죠.

[백업] 영어독해 읽기자료

Posted by on Dec 20, 2017 in 강의노트,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읽기자료] 영어독해 강좌에서 읽었던/읽고 싶었던 글 목록입니다. 수업의 특성상 주로 AI와 언어 관련 내용이 많습니다. 아래 내용으로 심층 독해 수업 가능합니다. ^^

The science of love: We each carry an intricate machinery of love, calibrating and attuning our moods and bodies to one another (4287 Words)
https://aeon.co/essays/love-works-its-magic-in-mysterious-biochemical-ways

Does It Taste As Sweet To Say ‘I Love You’ In Another Language? (711 Words)
http://www.npr.org/sections/codeswitch/2014/02/01/269014409/does-it-taste-as-sweet-to-say-i-love-you-in-another-language

The Superior Social Skills of Bilinguals (832 Words)

Thinking Does Not Imply Subjugating (990 Words)
https://www.edge.org/response-detail/26243

The Running Conversation in Your Head: What a close study of “inner speech” reveals about why humans talk to themselves (3,428 words)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6/11/figuring-out-how-and-why-we-talk-to-ourselves/508487/

What Happens When You Can’t Talk to Yourself? (3,318 words)
http://nautil.us/blog/what-happens-when-you-cant-talk-to-yourself

Cooperation is what makes us Human (22,417 words)
http://nautil.us/issue/1/what-makes-you-so-special/cooperation-is-what-makes-us-human

Can the Right Kinds of Play Teach Self-Control? (4,345 words)

Technology From Superman to the Avengers, how technology spawned your favorite superheroes (1,717 Words)
http://www.hopesandfears.com/hopes/future/technology/213487-how-technology-spawned-your-favorite-superhero-origins

How millions of kids are being shaped by know-it-all voice assistants (1549 Words)
https://www.washingtonpost.com/local/how-millions-of-kids-are-being-shaped-by-know-it-all-voice-assistants/2017/03/01/c0a644c4-ef1c-11e6-b4ff-ac2cf509efe5_story.html?utm_term=.edf77eecc193

When Is the Singularity? Probably Not in Your Lifetime (738 words)

The Great AI Awakening (14,864 Words)

20 Big Questions about the Future of Humanity: We asked leading scientists to predict the future. Here’s what they had to say (3159 words)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20-big-questions-about-the-future-of-humanity/

Threat of Artificial Intelligence (1499 Words)

Humans With Amplified Intelligence Could Be More Powerful Than AI
http://io9.gizmodo.com/humans-with-amplified-intelligence-could-be-more-powerf-509309984?utm_campaign=socialflow_io9_facebook&utm_source=io9_facebook&utm_medium=socialflow

Will a Robot Take Your Job?
http://www.newyorker.com/news/news-desk/will-a-robot-take-your-job

Killer robots: The soldiers that never sleep
http://www.bbc.com/future/story/20150715-killer-robots-the-soldiers-that-never-sleep

The Cognitive Benefits of Doodling
https://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5/07/doodling-for-cognitive-benefits/398027/

20 cognitive biases that screw up your decisions
http://www.businessinsider.com/cognitive-biases-that-affect-decisions-2015-8?utm_source=feedly

How to Understand the Deep Structures of Language (1735 words)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to-understand-the-deep-structures-of-language/

Data analysis of 34,476 comic book characters reveals they’re sexist as hell (437 Words)
http://www.avclub.com/article/data-analysis-34476-comic-book-characters-reveals–258346

The Difference Between Rationality and Intelligence (848 words)

Five Ways to Lie with Charts: Want to spin your data? Here’s how.
http://nautil.us/issue/19/illusions/five-ways-to-lie-with-charts

Why we procrastinate
http://nautil.us/issue/16/nothingness/why-we-procrastinate

The Rise of Hate Search

Everything You Know About Artificial Intelligence is Wrong
http://gizmodo.com/everything-you-know-about-artificial-intelligence-is-wr-1764020220

Google is not ‘just’ a platform. It frames, shapes and distorts how we see the world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6/dec/11/google-frames-shapes-and-distorts-how-we-see-world

The AI Revolution: The Road to Superintelligence

The AI Revolution: The Road to Superintelligence

Your Language Shapes Your Morality: In another language, your own thoughts might be foreign to you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your-language-shapes-your-morality/

The confounding consistency of color categories.
http://nautil.us/issue/26/color/why-red-means-red-in-almost-every-language

Lo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