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의 정보밀도

Posted by on Jan 7, 2019 in 단상, 삶을위한리터러시, 집필 | No Comments
1. 글과 동영상, 그리고 정보밀도

동영상 강의 컨텐츠를 종종 접하면서 글과 동영상의 가장 큰 차이는 정보의 밀도와 ‘딴짓’의 유뮤라는 생각을 한다.

주지하듯 글보다 동영상의 정보밀도가 훨씬 낮다. 아울러 글의 경우 한 가지 주제를 일관성있게 집중하여 다루는 것이 미덕임에 반해 동영상의 경우엔 집중과 이완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거나 적절한 유머를 넣는 ‘딴짓’일이 필요한 것이다.

양념이 적절히 배합된 미디어라는 동영상 강의의 특징은 미디어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와 변증적으로 엮여 있다. ‘이런 게 동영상 강의지’라는 생각이 동영상의 정보밀도나 딴 이야기의 비율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이미 나와 있는 영상강의의 특징이 대중이 영상을 평가하는 기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2. 정보밀도는 제작단가다

이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법칙은 아니다. 동영상의 정보 밀도를 텍스트 수준으로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교육 컨텐츠 중 하나인 <Crash Course>가 그렇다. 강의를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음성으로 전달되는 설명의 수준이나 밀도가 교과서 못지 않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동영상의 밀도를 상당히 높여도 괜찮을 정도로 원고를 다듬고, 내용구조를 최적화하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것은 단가의 상승을 이끈다. 결국 정보밀도를 높이는 게 제작단가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3. 정보밀도는 타겟팅이다.

다른 측면에서 정보밀도는 구독자에 대한 타겟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일전에 소개했던 과학 커뮤니케이터 VSauce는 왠만한 과학잡지 수준의 글을 별다른 자료 없이 혼자 전달하는 식으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말도 결코 느리지 않고, 딴소리를 섞는 경우도 적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과학을 사랑하고 그의 전달력에 매료된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빠른 프리젠테이션을 소화할만한 과학 및 정보 리터러시를 갖춘 사람이었다. 결국 컨텐츠의 정보밀도가 타겟팅의 역할을 했고, 모일 사람들이 모였다.

이 글을 동영상으로 만들면 몇 분 정도가 적당하려나.
#삶을위한리터러시

전문성의 탈각

Posted by on Jan 5,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응용언어학이나 심리언어학 등을 공부한 이들이 영어교육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소 실용적인 영어관련 과목을 가르치느라 오랜 훈련으로 쌓아온 학문적 전문성이 탈각되는 현상에는 큰 아쉬움이 있다. 이런 사례 다수를 알고 있고 느리지만 나 또한 그중 하나가 되어간다. 아쉬워 해봤자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는 걸 알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는데 점점 몸이 말을 안듣는다.

영어교육과 빈곤

Posted by on Jan 5, 2019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집필 | No Comments

한국사회 영어교육의 문제는 ‘어떤 영어인가’, ‘어떤 교육인가’, 나아가 ‘한국사회가 어떻게 영어를 다루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결론은 늘 ‘니가 안해서 문제다’로 수렴한다. 빈곤에 관한 담론과 참 닮았구나 싶다. #삶을위한영어공부

너는 할 수 있어!

Posted by on Jan 5, 2019 in 단상, 일상, 집필 | No Comments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은 때로 “이 사회는 도와줄 수 없어!”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다.

우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손쉬운 응원으로 도망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있어보이는 것과 중요한 것

Posted by on Jan 4, 2019 in 단상, 영어 | No Comments

올해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담은 두 구절. ‘있어보이는 것’과 ‘중요한 것’을 구별할 것. 어디를 보고 있느냐에 앞서 내 몸의 위치를 확인할 것. 언제나 서 있는 곳을 살피며 진실로 소중한 일을 도모할 것.

“사람들은 인상적인 것과 중요한 것을 혼동합니다.” You confuse what’s important with what’s impressive. – E. M. Foster

“당신이 기차를 잘못 탔다면 차량의 복도를 따라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If you board the wrong train, it is no use running along the corridor in the opposite direction. – Dietrich Bonhoeffer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미래없는 커플

Posted by on Jan 2, 2019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짝: 주변에 보니까 다 남편들이랑 금년에는 뭐 할건지 계획도 하고 상의도 하고 그랬다더라.
나: 아… (나 떨고 있니?)
짝: 우리에겐…. (느닷없이) 미래따윈 없어!!!
나: (급안도) 맞아맞아. 미래따윈 없지.

미래없는 커플. 순간순간을 더 소중하게. (뭐래?)

언어학습 자서전이 말해주는 것

Posted by on Dec 30, 2018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집필 | No Comments

다섯 해 째 대학생들의 ‘영어학습 자서전’을 읽고 있습니다. 영어학습 자서전이란 평생 자신이 경험한 영어학습의 역사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한 글을 말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영어학습 연대기를 꼼꼼히 작성하면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영어공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였는지, 기억에 남는 교재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공부방법을 주로 사용했는지, 영어학습의 위기 혹은 터닝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 반추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영어학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누적 백 여 명이 빼곡히 적어낸 언어학습 자서전 속에서 한국사회의 영어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여러 주체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부모, 영어유치원 선생님, 공교육 교사, 학습지 교사, 학원 강사, 유학 및 어학연수 업체 관계자, 과외와 재수학원 선생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국의 영어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영어교육에 대한 평가와 관계 없이 참으로 많은 주체들의 경쟁과 협업에 기반해 영어공부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영어공부에서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현재 나의 영어실력’. 개별 학생들이 걸어온 공부의 궤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영어학습 자서전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 문구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영어공부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현재 자신의 영어실력을 평가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입니다. 읽기는 꽤 잘 하지만 쓰기는 못한다, 말하기는 다른 영역에 비해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나의 영어실력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인풋(영어에의 노출) 부족인 것 같다 등의 서술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영어공부의 과정에서 감동과즐거움의 순간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서술은 영어와의 ‘사투’를 그리고 있었고, 중학교 이후의 영어학습은 철저히 입시를 염두에 둔 준비과정으로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영어를 통해 세계를 만나는 설렘과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어와의 전투에서 승리 혹은 실패한 이야기가 영어학습사의 중심 주제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집단에 속한 학생들조차 자신의 실력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영어실력의 부족함을 강조하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점보다는 약점을 드러내는 서술이, 이룬 것보다는 앞으로 성취해야 할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두드러졌지요. 자신이 설정한 영어학습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슬픔과 좌절을 묘사한 대목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갖는 위상과 권력을 생각해 볼 때, 영어학습의 역사를 돌아보는 글이 성공과 실패, 투자대비 성과, 원하는 수준에의 도달 혹은 미달 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흥미와 재미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지만 점차 성적과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가 되는 현실에서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는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누구나 다 하는’ 영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쓰라림 또한 떨쳐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세상은 ‘왜 여태껏 그 실력밖에 안되느냐’고 계속 속삭이고 있지요.

“삶이 영어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끌려가는 삶.
한국사회의 영어공부는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삶을 위한 영어공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기 보다는 힘겹게 올라야 할 사다리가 되어버린 영어, 삶을 풍요롭게 하기 보다는 불안하고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영어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 재미, 만남, 감동, 깨달음, 상상으로 가득한 영어공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처절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함께 놀고, 떠들고, 감동받고, 박장대소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법을 궁리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이 질문들에 천착하면서 한국사회의 영어공부를 관통하는 세 가지 주요 현상에 대해 더욱 깊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아니라 입력(input)을 우선시하는 영어공부.

학습의 주체가 아니라 네이티브와의 비교 대상이 되어버린 자신

공부의 기쁨을 쌓아 성장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욕심

(계속)

#삶을위한영어공부

저녁 상념

Posted by on Dec 27, 2018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딱 입에 풀칠할 만큼 일이 들어오고 서럽게 외롭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니 그것으로 족한 한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저녁.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돌아봄의 따스함을 해칠 이유 따위는 없는 것. 단 하나, 세상이 좀 덜 가혹해지길 바라는 마음. 가혹함에 맞서는 우리가 좀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미리미리 일하는 나

Posted by on Dec 26, 2018 in 단상, 일상, 집필 | No Comments

나: 글써야 하는데 힘드네.
짝: (차분) 그냥 내일 쓰는 걸로 해.
나: … …
짝: 그러다가 글쓸 생각이 나면 ‘음… 심심한데 글이나 써볼까?’ 하는 거지.
나: 그런 방법이…
짝: 그럼 내일 할 일을 오늘 하는 거잖아.
나: 오 미리미리 일하는 기적이 벌어지는 거군!
짝: 그렇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을 오늘 조금 당겨 한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만 같은
‘미리미리 해놓기’가 가능해진다.

해야만 해서 하는 게 아니고
안해도 되는데 해주는 것!

게다가
전력투구가 아니라
‘음 심심한데 일이나 해볼까?’라며
쉬엄쉬엄 설렁설렁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놀다가
내일 일이나 당겨서 해볼까 싶다.

이렇게
미리미리 일하는 내가 되었다.

참 쉽죠, 잉?

방학때 애용해야겠다.

가장 긴 찰나

Posted by on Dec 22, 2018 in 단상, 집필 | No Comments

많은 인연들이 있지만 그저 스쳐갑니다. 우연히 마주본 얼굴, 이 사람도 나만큼 아프다는 걸 단박에 깨닫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는 그 순간을 사랑합니다. 당신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 내가 함께 아파하는 존재로 변화하는 순간. 당신이 아름답기만한 꽃이었다가 상처입은 고목으로 내 고통의 뿌리에 닿는 순간. 그렇게 같은 대지에 뿌리박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세상 가장 긴 찰나를 기억합니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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